자전거 불빛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10월 13일 경기도 화성의 궁평항에서

궁평항 한쪽에서 한 아저씨가 낚시를 한다. 낚싯대 끝에서 푸른 반딧불이 반짝인다. 반딧불이 크게 흔들리면 물고기가 미끼를 문 것이다. 자전거 한 대가 불빛을 끌고 아저씨 옆을 지나갔다. 밤에 노출이 길어지면 카메라는 움직이는 것을 찍지 못한다. 하지만 불빛은 그 움직임을 모두 카메라에 남긴다. 때문에 사진에선 자전거와 자전거를 탄 사람은 지워지고 자전거의 불빛만 남았다. 밤의 카메라는 빛을 가진 것들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만 기록해 둔다. 빛이 없는 것들은 밤에 사진에 자취를 남기려면 꼼짝 않는 시간을 몸에 오래 축적해야 한다. 카메라는 주로 순간의 장면을 찍는다. 하지만 때로 카메라는 밤에는 노출을 길게 가져가며 세상에 축적된 시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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