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11월 9일 일본 도쿄에서
도시락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예쁘기도 하네 라는 것이었다. 밥과 반찬을 따로 싼 도시락을 찬찬히 살펴보았을 때의 두 번째 느낌은 알차기도 하네라는 라는 것이었다. 유학간 딸을 보러 도쿄에 갔을 때 본 도시락이다. 딸은 싸갖고 다니는 도시락으로 보면 이국의 도시에서 예쁘고 알차게 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딸은 도시락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었지만 딸이 급식을 마다해서 아이 엄마가 고등학교 내내 도시락을 싸야 했다. 그때 급식이 아이의 편리가 아니라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는 아이 엄마의 편리라는 것을 알았다. 학교 급식의 시대가 왔지만 아이 엄마는 그 편리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주는 일을 기꺼이 감내했다. 그때의 도시락도 아침마다 예쁨과 알참을 자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나선 회사 근처에서 한동안 그곳의 음식점들을 섭렵하며 점심을 사먹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다시 도시락을 싸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찾아갈만한 음식 가게가 없다고 했다. 다시 아이 엄마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아이 엄마는 그 일을 기꺼히 감내했다. 여전히 도시락은 예쁘고 알찼다.
오래 전 나도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도시락에 대해 예쁘다거나 알차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도시락은 그냥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아이의 시대는 도시락도 느낌을 달리한 시대이다. 아이는 예쁘고 알찬 도시락의 시대를 시작했다. 우리에게 없던 일들이 많이 시작된 시대였다. 심지어 도시락마저 그 느낌을 달리하며 시대를 새로 시작했다. 괜히 쓸데 없이 아는 체 했다가는 뭘 모르는 옛날 사람 되기 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