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라의 여행객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1월 27일 우리 집에서

몸은 단순히 살덩어리의 집합체가 아니다. 몸은 종종 몸을 언어로 삼는다. 그때의 몸은 곧 말로 바뀐다.
고양이는 가끔 내 방에서 나를 끌어내 거실의 소파에 앉히고 기어다니는 몸으로는 고양이 머리 위로 높이를 높이고 있는 소파를 가볍게 뛰어 올라 내 옆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몸을 옆으로 눕히고 네 발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나를 올려다 본다.
눈은 작은 영역을 점하며 얼굴에 붙어 있지만 그 경계가 그렇게 좁게 국한되지 않는다. 눈은 보이는 곳까지 그 경계를 확장하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이는 것과의 경계를 거리로 그으며 심지어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그 시선 안에 수많은 국경을 둔다. 국경선엔 항상 검열이 있고 검열을 통과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고양이에게서 국경 통과의 허가를 얻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고양이와 가까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고양이와의 거리가 좁혀 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고양이 나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고양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한동안 고양이의 눈은 내게 그와 나 사이에 분명한 국경이 있구나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거리의 경계를 두었다. 나를 보면 몸이 긴장했고 고양이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나의 위협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지금은 내 방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내게 엉덩이를 내민다. 내가 엉덩이를 투닥거려 주는 친밀함으로 반응하면 고양이는 그와 나의 사이에서 국경선을 지우고 결국은 나를 거실로 끌어내 소파에 앉히기에 이른다. 거실은 그런 점에서 우리 집에선 좀 더 분명한 고양이의 나라다.
내 옆에 몸을 눕히고 나를 빤히 올려다 보며 고양이는 그의 몸과 눈빛으로 내게 말한다. 내 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다가 가. 나는 자주 고양이 나라로 놀러가 고양이가 그 자세와 눈빛으로 내주는 여행 허가를 얻어 잠시 시간을 보내다 오곤 한다. 나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고양이를 옆에 두고 쉬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고양이 나라의 여행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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