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그림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2월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있는 르느와르 세잔전에 가면 전시장 입구에 커다란 사과가 하나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사과는 표면의 질감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과라기 보다 그림에서 뛰쳐나온 사과에 더 가깝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정물화 중에서 이런 느낌의 사과를 여러 번 만난다.
사과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나는 매일 사과 한 알씩을 먹고 있다. 보관 방법이 좋아지면서 사과는 거의 한해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그림 전시회에서 만나는 사과는 사과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우리에게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다. 하지만 화가의 눈에 사과는 사과나무가 그려낸 사과 그림이다. 화가는 열매로의 사과를 그림으로서의 사과로 포착하는 눈을 가졌다.
언어는 사과를 사과라는 말 이외의 다른 말로 옮겨가기 어렵다. 그러나 화가는 자연의 사과가 자연이 그려낸 사과 그림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사과를 포착한다. 그리고 자신이 본 사과의 느낌을 그림으로 옮겨간다. 그림 속의 사과가 실제 사과와는 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가 존 쉐리(John Sherry)는 “나는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림의 획과 색채 선택에 관해 피사체만큼 흥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과 그림은 획과 색채라는 독특한 언어로 표현된 사과이다.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벽을 획과 색채로 넘어갔을 때 우리가 만나는 또다른 사과의 세상이기도 하다.
오늘도 사과를 한 알 먹었다. 사과 그림을 보고 온 뒤로 아침마다 사과 그림을 한 알씩 맛보고 있다.
다만 사과 그림은 그림이어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듯이 가서 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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