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끌고 가는 고양이의 잠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2월 20일 우리 집에서

잠은 사랑하는 둘이 가장 오래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같이 잠자고 함께 일어난다는 것은 살을 맞대는 가장 가까운 거리로 둘을 밀착시키고 둘 사이의 빈 공간을 모두 지워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둘은 둘만 남기고 세상을 모두 지워버리려 들며 그것이 실현되는 가장 일상적 시간이 잠자는 시간이다. 잠자는 시간엔 두 사람에게 둘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러나 살다보면 사랑도 식고 사랑이 식으면 잠도 갈라진다. 그때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방이 두 개 생긴다. 그녀는 그녀의 방에서 자고 나는 내 방에서 자게 된다.
식은 사랑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사랑이 식어도 둘은 헤어지지 않는다. 사랑이 식으면서 잠이 갈라졌을 때 그 자리를 메꿔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그렇게 해준다. 놀라운 점은 고양이가 체온을 상실한 둘 가운데 상실이 더 큰 쪽이 어느 쪽인가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옆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항상 그녀의 옆에서 잠을 잔다. 대개 그 자리는 그녀의 침대 위가 되지만 가끔 그녀가 피곤 때문에 쓰러진 몸을 거실의 소파에 눕히고 잠이 들면 고양이는 비어 있을 그녀의 침대로 가지 않고 몇 번 접혀 높이를 높인 소파 옆 매트리스 위에 고양이의 잠을 마련하고 자신의 잠을 그녀의 잠 바로 옆으로 눕힌다.
사랑은 식고 우리의 잠은 갈라지나 고양이가 그 빈자리를 채워 함께 자고 같이 일어나던 둘의 잠을 복원한다. 식은 사랑은 둘 이외에는 아무도 다시 채울 수 없을 것 같지만 때로 고양이가 체온이 식은 빈자리를 채운다. 둘 사이에 다른 잠이 끼어들면 엄청난 질투를 불러 오지만 아무도 고양이를 질투하지 않는다. 따로 자는 둘의 사랑을 고양이가 길고 오래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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