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나온 달과 지는 해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2월 29일 서울 천호동에서

해는 지고 있고 달은 일찍 얼굴을 내밀었다. 지는 해는 일몰의 빛깔로 하늘을 채색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은 아니었다.
달은 반달을 살짝 넘기고 있었다. 해의 빛으로 채워 몸을 부풀려 간다고 들었다. 달의 하늘은 푸른 빛이었다.
세상은 동서로 반을 갈라 동쪽은 푸르렀고 서쪽은 뿌옇게 먼지가 끼어 있었다.
달은 잘 가라 해를 배웅했다. 해를 바라볼 때의 나는 배웅을 위해 일찍 나온 달이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잘가고 내일 또 봐라고 해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잠시 달이 될 수 있었다.
해는 안녕하고 달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나는 배웅을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였다. 하루의 일과를 마칠 때쯤의 피곤이 먼지낀 뿌연 하늘로 몰려와 있었다. 그래도 오늘도 하루가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은 언제나 그렇듯 힘으로 바뀌었다. 달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세상 모든 이의 하루를 밝히다 가지만 너는 밤길의 네 앞만 밝히는 작은 빛만 갖고 걸어도 되. 내가 그러라고 하루 종일 세상에 빛을 뿌려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거든. 달은 그러고마고 했다. 나는 잠시 해가 되었다.
일찍 나온 달과 지는 해가 있는 저녁에 그 사이에 서서 둘을 번갈아 보면 잠시 달이 되고 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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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2월 29일 서울 천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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