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의 업보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2월 7일 베트남 다낭에서

베트남의 다낭에 가서 코코넛배를 탔다. 코코넛 나무의 잎으로 만든 배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구니를 닮았다. 나는 반달을 떠올리며 이 배를 반달배라고 불렀다. 작은 체구의 여자가 노를 저어 물길의 여기저기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노 젖는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등의 근육이 선명하게 윤곽을 세웠다.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여자는 노를 저어 가면서 연신 무슨 말인가를 한다.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당혹스럽게도 한국어가 분명한 빨리빨리였다. 나는 당혹스럽다. 내가 천천히를 몇 번 말했지만 여자는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천천히 좀 살고 싶어 놀러왔는데 빨리빨리를 들었다. 우리의 업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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