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의 말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2월 8일 베트남 다낭에서

베트남 다낭의 야시장에 들러 캔맥주 하나 사 마시고 머리밴드 두 개 샀다. 헤어밴드라고 말하면서 내 머리에서 머리띠를 풀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상점의 여자가 골라주었다. 말은 중요하지 않았고 손가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개 달라는 소리는 손가락 두 개를 펼치는 것으로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베트남어를 몰랐으나 말이 손가락에서 새어나와 서로에게 알릴 것을 알려주었다. 얼마인지는 좀 문제였지만 지갑을 통째로 주었더니 알아서 돈을 꺼내갔다. 꺼내가는 돈으로 상점의 여자는 물건값이 얼마인지를 알려주었다. 말을 모르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전 처음 써보는 방식으로 말을 주고 받았다. 말이 입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말도 주고 받았지만 입의 말은 그저 손가락의 말을 거들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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