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고장이 났다.
고장난 차는 속도를 버리고
그 자리에서 멈춘채 가질 않는다.
할 수 없이 걸어다녔다.
차는 먼거리를 짧은 시간 속에 구겨넣어준다.
한강까지 걸어갔으면 1시간의 시간 속에 널널하게 펴놓았을 거리를
차로 나가면 10분의 시간 속에 구겨넣을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면 소음이 심하다.
짧은 시간 속에 거리를 구겨넣을 때,
거리가 내는 비명이다.
시간이 짧아지고 구겨넣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비명은 더 자지러진다.
걸어다니니 그 비명이 사라졌다.
한 며칠 그냥 하염없이, 그리고 조용히 걷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아마도 또 며칠후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바람같이 달리며
거리를 짧은 시간 속에 우격다짐으로 구겨넣고 있을게 뻔하다.
차가 고장나자 속도가 멈추었고,
속도가 멈추자 시간 속에 구겨넣었던 거리가 이제 발을 쭉 뻗었다.
시계가 고장났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시계를 보았다.
여전히 며칠전의 그 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속도는 차가 고장나니 멈추었는데
시간은 시계가 고장나도 멈추지 않았다.
속도는 차에 기생하여 살고 있었는데 시간의 경우엔 반대였다.
시간의 경우엔 시계가 항상 시간에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망가진 시계를 계속 그대로 내버려 둘 작정이다.
차가 망가진 뒤로
차를 타고 씽씽달리며
우격다짐으로 끌고 다녔던
속도의 고삐를 놓아줄 수 있었다.
그 고삐를 놓아주니 짧은 시간 속에 구겨지던 길이 길게 다리를 뻗었다.
그래서 시계도 망가진 대로 그냥 내버려둘 작정이다.
시간이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끌고가려 했던 시간의 고삐에서
시계를 놓아준 것인지도 모른다.
저렇게 내버려두다 보면
오늘을 팽개치고 가던 시간이
어느 날 잠시 걸음을 멈출지도 모른다.
6 thoughts on “자동차와 시계”
시간 속에 거리를 구겨 넣는다는 표현이 딱이네요.
얼마나 짧은 시간 속에 얼마나 긴 거리를 구겨 넣었는지에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는 요즘인 것 같아요.
이번 주 내내 부천으로 강의를 다녔는데 하루하루 운전시간을 얼만큼 단축시켰는지 기록을 깨면서 다녔어요.
시간에 질질 끌려다니는 삶은 정말 고달픈 것 같아요.
결혼할 때 시계를 장만해주는 풍습이 있더군요.
그것도 한두푼이 아니고 아주 비싼.
그때 제가 그랬었죠.
시간에 나를 묶어두려 하지마.
저는 지금도 시계는 못차고 다녀요.
하긴 뭐 핸펀이 시간을 알려주긴 하더만요.
기록 깨기.
가끔 이동식 카메라에 정신이 번뜩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든 돈이든 역시 사람이 끌어야 제 맛이겠죠?
저희도 몇번 찍힌 적이 있죠.
꼭 고향갈 때 찍히는 것 같아요.
길을 잘 알다보니 안막히는 길로 가다가 꼭 그런 일이 생겨요.
해 바뀌고 김동원님 글들이 더 맛있어졌어요.^^
어제 보자마자 낼롬 읽어버릴까 하다가
점심먹고 차 한잔 마시며 천천히 읽으니 더 좋습니다.
복작거리다가 잠깐 들러 쉬고간다고 할까요?
항상 좋은 글과 사진 감사드려요.^^
특별 비법의 양념 소스를 쳐서 그런 건가요.
맛있게 읽어주시는게 더 고맙습니다.
멀리 고흥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지금 막 올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