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습니다.
침엽수의 잎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그 가는 잎의 어디에서 발디딜 자리를 구했을까 싶지만
눈은 침엽수의 잎에도 어김없이 내렸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무엇이 있어 침엽수의 잎들만큼이나
눈을 기다렸을까 싶어집니다.
침엽수는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잎을 가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느낌이 따갑습니다.
곁을 지나치면 활엽수의 잎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듯한데
침엽수의 잎은 가만히 눈을 흘기고 있는 느낌입니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손을 대보면
따갑게 우리를 찌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느 누구한테서 살가운 손길한번 얻었을까 싶습니다.
아마 바람도 그 곁을 지나다 그 끝에 긁혀
번번히 상처를 입고 눈을 부라리곤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침엽수의 잎은
아무도 안아줄 수 없는 삶을 숙명처럼 안고 있습니다.
그 침엽수의 잎에 눈이 내렸습니다.
따가운 잎을 어느 하나 마다앉고 하얗게 안아줍니다.
그것도 폐부 깊숙이 안아줍니다.
그러면서도 눈은 비명하나 지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침엽수의 그 따가운 숙명을 안아줄 수 있는 건 눈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침엽수의 잎은 그 어느 누구보다 눈을 기다렸을게 분명합니다.
침엽수의 잎에게 눈은 그 숙명의 삶을 마다앉고
가슴 깊이 안아주는 사랑이니까요.
그리고 눈이 침엽수의 잎을 안아주었을 때,
그 자리에서 피어난 사랑은 하얀 눈꽃이 됩니다.
산을 오르는 여기저기
침엽수의 잎들에 눈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16 thoughts on “눈과 침엽수의 잎”
동워니님 안녕안녕?
설은 잘 쇠셨지요?
올 한해도 지금의 모습처럼 늘 활기로운 시간들이 즐비하길 빕니다.
아, 모임 자리 소식을 갖고 왔습니다. 벙개 아닙니다. (플성이 청한 거^^ )
요번 토요일 저녁시간 어떠신지요?
인사동 ‘시인’에서 몇 분만 자리했음 하는 플성이 함께 하고픈 분들은 이렇습니다.
<동원님. 청산님.해님. 얄라님, 도루피님. 뜰기님. 이오카스테님.>
지난 번에 제가 ‘벙개’는 다시 안친다고 했었드랬죠?
이젠 우린 오블을 떠나 친구, 아임니꺼~ (맞죠? )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시간은 토요일이니 6시로 정하겠습니다.
답 바랍니다.
여긴 쪽지 넣은 곳이 안 보여서, 비밀댓글로 넣습니다.
(아 참, 이 건 아직 비밀인데요… 시집을 준비 중입니다. 누가 묶자고 해서요.
원고는 이미 전송된 상태구요, 사진을 준비해야는데요. 그 날 오시게 되면
제 사진 프로필란에 끼울 거 실물보다 쫌 나은(ㅋㅋ) 얼굴 부탁 드립니다.
사진은 동워니님이 맡아주셔야 ~ ^^ )
접수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굴보고 싶었어요.
눈이 정말 이쁘게 쌓였네요.^^
군대시절에는 눈은 정말 쳐다도 보기 싫었는데
몇년씩 지나다 보니 조금씩 그리워집니다. ㅎㅎ
부산인지라.. 눈보기가 2년에 한번씩 보고 있습니다.^^
서울엔 올해 좀 눈이 잦네요.
내리자마자 녹아버려서 사진찍기는 어렵군요.
이 사진을 찍은 남한산성은 시내버스로 30분 거리에 있어 자주고 가곤 합니다.
산비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침엽수잎을 찾아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요거 하나 건진 듯 합니다.
맑고 투명한 느낌예요.
침엽수가 있는 곳이 음지인 듯(? )…이 날 눈 많이도 왔었군요~
동워니님의 카메라가 생각을 따라 움직이기도한 날. ^^
오늘도 눈이 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깥에서 눈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열어보니 살짝 눈이 덮였네요.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곳으로 눈풍경찍으러 나가봐야 겠어요.
글을보고 블로그 제목을 보게되었습니다.
정말 글을 쓰시군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이 블로그는 글로 꾸미는 작은 제 공간이죠.
제 맘대로 쓰니 그게 아주 좋습니다.
제겐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는 듯 합니다.
동원님의 블로그 글을
이 시간까지 삼분의 일………….정도 보았답니다.
혼자서 베시시 웃기고 하면서 제가
여행을 다니는 듯한 착각속에서 말입니다.ㅎ
제 몸속에서 보헤미안 기질이 있다는 걸 또 한번 실감하네요.
개학하기 전까지~~
다 보고도 남겠다 싶네요.
내공이 쌓입니다 덕분에….^^
고맙습니다.
그닥 재미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읽어주는 분이 계시면 항상 고맙습니다.
저랑 같이 사는 그녀가 학교 선생님이 아니신가 하던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어렸을 때 여행을 별로 못해서
요즘 시간날 때마다 떠나곤 합니다.
정반대의 성격이 궁합도 좋은 건가요?
까칠한 나무와 성격좋은 눈도 그렇게 만났을까요?
눈은 어느 누구에게나 잘 맞는 듯도 합니다.
약간만 따뜻하게 해주면 슥 녹아들기도 합니다.
햐~ 너무 이쁘다. 깨끗하다.
눈은 넘 차가워서 따가운걸 못느끼는게 아닐까요.
덕분에 저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거지요.
뒷배경이 선명했다면 느낌이 이만 못했겠지요.
마천동의 산행 초입에서 내 키 정도의 작은 침엽수를 만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바람에
좋은 구도를 찾아서 길 아닌 곳으로 헤매고 다녔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침엽수는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요 사진이 그중 마음에 들더라구요.
눈이 차가워서 따가운 걸 못느낀다면
이미 침엽수의 잎을 보는 순간 마취된 상태로 껴안게 되는 거네요.
그거 말되는되요.
우리는 사랑해서 결혼하고,
결혼하면서 사랑의 마취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말도 있으니 말예요.
이번엔 생각이 먼저 사진이 나중, 그거군요.
그럼 사랑의 마취가 안(덜)된 상태에서 결혼하면
후유증이 훨씬 적게되는건가요? ㅎㅎ
마취가 안되면 결혼 자체가 힘든 듯…
마취되서 웨딩 마치 울리고, 마치 언제나 변함없들 듯 꿈꾸며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