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좋아하세요.
전 눈을 사랑하죠.
강원도에 대설주의보 소식만 있으면
백담사로, 속초로, 오대산으로 달려가곤 했어요.
그렇지만 손으로 받아 내 품에 안아주고 싶어서 손을 벌리면
눈은 슬프게도 내 체온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 녹아버리곤 했었죠.
그래도 난 눈만 내리면 손을 벌려요.
그때마다 눈은 항상 내 체온을 견디질 못해요.
내 체온은 내 사랑이기도 한데, 눈은 그걸 견디질 못해요.
여름내내 잎엔 초록이 머물렀어요.
시원한 푸른 색이었죠.
가을이 오자 붉은색이 찾아왔어요.
불타는 뜨거운 색이었죠.
짧은 가을, 머물게 해주었더니
그 색은 가을이 끝난 뒤에도 식지 않고
그대로 잎에 눌러앉았어요.
그리고 겨울이 깊어지자 색이 좀 바래더군요.
색바랜 단풍은 마치 녹다 남은 잔설 같아요.
그래도 잎은 그 잔설처럼 남은 색으로 가지끝을 부여잡고
내내 겨울을 견뎌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눈이 왔죠.
눈온 날, 스치다 보니,
가지끝의 단풍잎 둘이 마치 손처럼 잎을 벌려
눈을 하얗게 받아들고 있었어요.
어, 쟤네들도 나처럼 눈을 사랑했나 보네.
그런데 눈이 하나도 녹지 않고 있었어요.
타오를 듯 붉던 그 색 그대로 두어도,
눈이 녹을리 없는데,
단풍잎은 그 색마저, 흐릿하게 빼고는
두 손을 모아 눈을 받았어요.
눈은 그 두 손에 하얗게 안겨 있었어요.
난 이제 그냥 눈은 눈으로만 좋아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눈에 대한 사랑은
단풍잎에게 양보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올겨울에야 그걸 깨달았네요.
눈을 사랑할 수 있는 건
단풍잎 뿐이란 걸 말예요.
2 thoughts on “단풍잎과 눈”
어쩜 정말 아기 손 같은 단풍잎이 두 손을 모으로 눈을 받아들고 있네요.
이런 걸 찾아 내신 눈이 대단하세요.^^
요즘은 가까이 있는게 잘 안보여요.
근시라 뭐라나…
멀리 있는 건 아직 잘보이는데…
안구 내의 근육이 수축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네요.
뭘 잘 보려고 해도 그게 눈의 근육이 필요한가 봐요.
늙으면 이렇게 된데요.
예전에는 아무리 잔 글씨도 읽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