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비로봉과 상왕봉을 거친 뒤,
북대사쪽으로 가는 임도를 만나 하산하는 길.
길가에서 눈밭에 발목을 묻은 강아지풀을 만났습니다.
마치 둘이 나란히 어디를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렇게 물었습니다.
강아지풀, 두 분, 이 눈길에 어딜 가시나요?
“가긴 어딜 간단 말이오.
눈밭에 너무 깊이 발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며칠째 그냥 이러고 서 있다오.”
어디를 가고 있었던 것인지 행선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강아지풀이 이리저리 방향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보나 하얀 눈밭이었습니다.
6 thoughts on “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 2”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이죠…
이스트맨님 동화작가 하시면 어떨까요???
서정적이고 해맑은 동심을 잘 살려서 좋은 작품 하실것 같아요!
동화는 안될 거 같아요.
실제로는 색을 너무 많이 밝혀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없는 거 같구요,
뭘보면 엉뚱한 상상을 해대는 능력은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번에 오대산 갔다 오면서 재미난 생각을 두 가지나 해갔고 왔는데 그중 하나는 아직 이야기에 맞는 사진을 못찍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재미나서 올라오는 버스 속에서 킥킥대고 웃으면서 왔다지 뭐예요.
에~, 어딘가 급히 가시는 거 같은데….
폼이 그냥 서 있던 폼이 아니예요.
카메라에 잡히자 바로 서 있는 척 하시는 것 맞아요.
완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닷!’ 하자마자 딱 멈춘 그 포즌데요. 뭐.
동원님 돌아서시자마자 급히 훠훠~ 어디로 달려가고 말았을걸요.ㅎㅎㅎ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저녁해가 이미 진 길을 스님 한 분이 훠이훠이 올라가시더군요.
인사 나누었더니 밝게 웃어주셨습니다.
산에 가서 내려오는 길에 사람을 딱 네 사람밖에 만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요.
북대사에 들리고 싶었는데 5시 20분에 차가 끊어지면 20리를 걸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냥 내려와 버렸지요.
다음엔 강아지풀을 만나면 잠시 ‘무궁화꽃’ 놀이할 시간은 내주어야 겠어요.
ㅎㅎㅎ~이스트맨님의 정확한 직업은 알 수 없으나 로드동화를 하나 지어보셔도 재미있을 거 가타효~~
이것저것 하다보니 저도 요즘 제 직업이 뭔지 까먹어 버렸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