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 2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월 15일 강원도 오대산에서

오대산의 비로봉과 상왕봉을 거친 뒤,
북대사쪽으로 가는 임도를 만나 하산하는 길.
길가에서 눈밭에 발목을 묻은 강아지풀을 만났습니다.
마치 둘이 나란히 어디를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렇게 물었습니다.
강아지풀, 두 분, 이 눈길에 어딜 가시나요?
“가긴 어딜 간단 말이오.
눈밭에 너무 깊이 발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며칠째 그냥 이러고 서 있다오.”
어디를 가고 있었던 것인지 행선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강아지풀이 이리저리 방향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보나 하얀 눈밭이었습니다.

6 thoughts on “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 2

  1.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이죠…
    이스트맨님 동화작가 하시면 어떨까요???
    서정적이고 해맑은 동심을 잘 살려서 좋은 작품 하실것 같아요!

    1. 동화는 안될 거 같아요.
      실제로는 색을 너무 많이 밝혀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없는 거 같구요,
      뭘보면 엉뚱한 상상을 해대는 능력은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번에 오대산 갔다 오면서 재미난 생각을 두 가지나 해갔고 왔는데 그중 하나는 아직 이야기에 맞는 사진을 못찍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재미나서 올라오는 버스 속에서 킥킥대고 웃으면서 왔다지 뭐예요.

  2. 에~, 어딘가 급히 가시는 거 같은데….
    폼이 그냥 서 있던 폼이 아니예요.
    카메라에 잡히자 바로 서 있는 척 하시는 것 맞아요.
    완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닷!’ 하자마자 딱 멈춘 그 포즌데요. 뭐.
    동원님 돌아서시자마자 급히 훠훠~ 어디로 달려가고 말았을걸요.ㅎㅎㅎ

    1.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저녁해가 이미 진 길을 스님 한 분이 훠이훠이 올라가시더군요.
      인사 나누었더니 밝게 웃어주셨습니다.
      산에 가서 내려오는 길에 사람을 딱 네 사람밖에 만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요.
      북대사에 들리고 싶었는데 5시 20분에 차가 끊어지면 20리를 걸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냥 내려와 버렸지요.
      다음엔 강아지풀을 만나면 잠시 ‘무궁화꽃’ 놀이할 시간은 내주어야 겠어요.

  3. ㅎㅎㅎ~이스트맨님의 정확한 직업은 알 수 없으나 로드동화를 하나 지어보셔도 재미있을 거 가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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