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덮인 조도 낮은 창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7월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담쟁이로 뒤덮인 창에선 알전구 둘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전구를 밝히고 있으니 안은 어두울 것이다. 때로 우리에겐 빛이 지천인 한낮에도 조명을 밝혀야할 낮은 조도의 실내가 필요했다.
지천일 때의 빛은 작은 틈만 있어도 그 틈을 어김없이 비집고 들었다. 어두웠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틈이 그 틈으로 새어든 빛으로 확연하게 그 틈을 드러내곤 했다. 한낮의 넘쳐나는 빛속에선 작은 틈도 컸다. 환한 한낮이란 틈을 허용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우리는 그런 날 우리 사이의 틈을 없애려는 안간힘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다녀야 했다. 한여름의 더위에도 연인들이 모두 서로의 손을 놓치 않는 이유였다.
마주보고 앉으면 둘의 사이엔 탁자의 폭만큼 틈이 생겼다. 하지만 연인들은 알고 있었다. 그 정도 틈은 가볍게 지워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조도를 한껏 낮춘 실내가 그런 공간이었다.
조도는 낮아지면 둘이 마주보고 그 사이에 공간을 두어도 그 공간의 틈을 제거해 버렸다. 낮은 조도는 은근한 분위기를 동반하면서 둘의 등을 밀어 둘의 느낌을 둘보다 틈새 없는 하나로 묶어주곤 했다. 둘은 틈을 두고 떨어져 앉은 둘이 아니라 가까이 붙어 앉은 하나였다. 한낮에 우리가 실내를 찾아 적당히 조도를 낮춘 자리를 찾는 이유였다.
조도 낮은 실내를 창이 그 안에 품고 담쟁이들이 초록의 잎으로 그 창을 적당히 가렸다. 틈이 지워진 둘의 세상이 그 안에 있다. 사랑의 세상이다.

0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