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한강변에서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19일 한강에서


가끔 사소한 것들이
아주 다행스럽게 여겨지곤 합니다.
가령 밤의 한강변에 앉으면
강물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다행으로 여겨질 수가 없습니다.
상념이 많은 날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상념을 그 물에 흘려보내기가 좋거든요.
계곡처럼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물은
상념을 달래기엔 호흡이 너무 가쁩니다.
호수처럼 고여있으면
내 상념도 고여서 더욱 깊어질 것만 같습니다.
한강물은 천천히 옮기는 보행처럼 적당한 속도로 흘러갑니다.
밤의 강변에 앉으면
상념이 서린 얼굴의 표정도
어둠이 적당히 가려줍니다.
상념을 꺼내 물결 위에 슬쩍 얹어놓고
물결따라 아래로 흘려보내기에 아주 좋지요.
물결 하나에 상념 하나가 실려가고,
물결 둘에 상념 둘이 실려갑니다.
때로 우리의 보행에 맞추어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이 곁에 있다는 것이
아주 다행스럽게 여겨지곤 합니다.

8 thoughts on “밤의 한강변에서

  1. 개인적으로는 빈 소주병이 보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야 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무 소용없이 자기 속만 버리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요.
    강물에 상념을 흘려보낼 공력이 없는 자의 변명입니다.

    1.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나머지 한장은 빈의자가 한곳으로 쏠리는 바람에 전하려는 느낌이 잘 나질 않더군요. 날씨가 쌀쌀해서 한강변에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물에 상념을 흘려보낼 공력이 누구에겐들 있겠어요. 그냥 조금 덜고 오는 거죠, 뭐.

    1. 엇, 저기 서울 강변인데…
      서울의 좋은 점이 그거죠, 뭐.
      밤 12시에도 한강변에 나가 시간보낼 수 있다는 거.
      시골 강변은 밤에 나가면 좀 무섭거든요. 물귀신이 나와서…ㅋ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