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 신발이 두 개 나란히 놓여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위의 것은 그녀의 등산화.
아래 것은 내 등산화이다.
산에 가는 날,
내가 내 등산화만 달랑 내려서 신었다.
한뼘도 안되는 바로 위에 그녀의 등산화가 있었다.
그녀가 한마디 했다.
“자기 거 꺼내는 김에 내 거도 꺼내주지.”
그녀는 맞는 말을 했고,
나는 참 싸가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말은 참 미묘하다.
내 거도 꺼내줄래 했으면
아마 아무 말없이 내려주었을 것이다.
내 거도 꺼내줄래 하면 부탁이 되지만
앞의 말은 잔소리가 된다.
식당에 갔을 때
몇번 그녀의 신발을 챙겨준 기억을 급하게 더듬고 있는 내가
무척이나 치사하게 느껴졌다.
서로 잔소리하지 말고,
필요한 거 부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4 thoughts on “신발”
삐치셨군요.
그래도 말년을 생각하셔야지요.
등산 갔다 와서는 이렇게 선수를 치셨나요?
“벗어 놓고 먼저 올라가. 내가 정리할 게”
저의 가장 큰 약점이죠. 삐치는거.
고치기가 어렵지만 어쩌겠어요.
좋은 아내만나 매번 삐치면서도 살아남습니다.
잔소리의 전문가로서 이 글 읽고 반성하고 가네요.^^;
익, 엉뚱한 곳으로 불길이 튀었네요.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