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야?”
“도넛이잖아.”
“아, 저기 도넛 가게에서 홍보나온 거구나.”
처음엔 해바라기인가 했다.
하지만 바깥 테두리의 색이 그 생각을 슬그머니 가로막는다.
해바라기라면 테두리가 노란색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테두리의 잎모양도 그렇다.
해바라기로 보기엔 너무 둥글둥글 뭉개져 흐르고 있다.
그 때문에 난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질 못했다.
한눈에 도넛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한동안 내게 도넛은 밋밋한 둥근 테두리 모양에
하얀 설탕 가루가 다닥다닥 달라붙은 모습이었고,
어디를 가나 항상 똑같이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도넛이 얼굴의 색깔이나 모습을
다양하게 성형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 요즘 도넛을 사다 먹은 적은 있지만
요즘 도넛의 모양과 맛은
내 기억 속의 그 낯익은 도넛 얼굴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넛의 얼굴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어디를 가나 항상 그 얼굴이었는데
이제는 한 가게에서 파는 도넛도 모양과 맛이 가지가지이다.
어디를 가나 한 얼굴로 살던 도넛이
가는 곳마다 갖가지 얼굴로 살고 있다.
새얼굴과 낯을 익혀야 하는데
하도 오랜 세월 같이한 때문인지
이제는 거의 보기도 어려운 옛얼굴이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선 그대로이다.
한번 마음에 새겨진 얼굴은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