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손잡이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23일 하남의 커피볶는 집 벨가또에서

커피잔 손잡이?
Oh, No!
커피잔의 귀!

커피마시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못할 얘기 안할 얘기 해도 다 들어준다.
묵묵히.

종종 귓구멍에 손가락 집어넣고
입 가까이 가져가 속삭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얘기를 해도 향기로운 침묵으로 돌려준다.
그 향기는 사람들 입속을 가득 채우고는, 몸까지 물들인다.

아무 말없이 앉아 있어도 마음에 고이는 생각에 조용히 귀기울인다.
마음의 생각을 섬세하게 들어주는 놀라운 청력을 가졌다.

둘이 얘기를 나누어도
오직 잔 앞의 사람 얘기에만 귀를 모은다.
건너편 사람의 얘기를 힐끗거리지 않는다.

커피잔은 귀를 가졌다.
예쁜 귀를.

17 thoughts on “커피잔 손잡이

  1. 자판기 다방에서 일회용만 마시는 제 커피잔에는 그러고 보니 귀가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돌아설 때는 가차없이 구겨 버립니다.
    예쁜 귀라도 있었으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요.

  2. 핑백: Autumn Story..
  3. 후후…여기도 정말 벨가또 커피 얘기네요.
    저는 손잡이가 아니라 귀라고 하시길래.
    ‘음~ 고기 딱 버티고 우아하게 앉아서 은밀한 얘기를 다 엿듣는단 말이지’ 하고 생각했는데 약간 핀트가 달랐군요.ㅎㅎㅎ
    암튼 손잡이보다는 귀!

  4. 이 집도 커피이야기네요.
    잔 보다는 귀에 촛점을 맞추셨군요.
    사진도 글도..
    “… 귓구멍에 손 집어 넣고 입 가까이 가져와…. ”
    첨엔 커피 마시는 연인의 모습인 줄 알고 커피 마시다가 왜 귓구멍에 손을 넣어?
    했거든요 ㅋㅋ
    커피잔의 귀, 참 괜챦은 친구군요.

    1. 저 날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의 앞에 커피잔이 없다고 생각하니
      웬지 휑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커피잔이 단순히 잔이 아니라 귀같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다른 얘기들에 밀려 이제서야 올리네요.

  5. 사랑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할……
    그대 이름은 커커피이…….ㅎ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네요.ㅎ
    하루 스무잔은 거뜬히..제 몸속으로 파고 드는……ㅎ

    출근전…..잠시 들러봅니다
    동원님~~ 모닝 커피 한잔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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