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동문.
우람한 바위가 맞물려 돌기둥을 이루고
그 육중한 무게를 이겨내며 성문을 지탱하고 있었다.
담쟁이가 그 우람한 바위의 하루를 붙들어주고 있었다.
때로 가장 연약해 보이는 것이
가장 우람하고 강한 것을 붙들어주고 지탱한다.
바위가 우뚝 서 성벽을 세우고
담쟁이가 그 등에 업혀 사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담쟁이가 바위를 붙들어
오늘도 성벽은 그 자리에서 하루를 넘기고 또 견딘다.
집집마다 무수히 많은 바위가 있고,
집집마다 무수히 많은 담쟁이가
그 바위를 붙들어주고 있다.
11 thoughts on “성문의 바위와 담쟁이”
담쟁이가 바위를 붙들고 있다는 김동원님의 글도 재밌고
댓글들도 넘 재밌어요.^^
가을소리님도 남편의 담쟁이일 듯.
안아서 결국은 자기 속으로 집어넣죠.ㅋㅋ
그러곤 말하죠.
내 안에 너 있다고.
부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꼭 붙들고 있네요~
그럼 담쟁이가 분명 여자일 거예요.
손이 섬세하고 여린.
바위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보건데 경상도 남자일지도 몰라요.
담쟁이는 이렇게 바위를 붙들어 주기도 하고,
소나무에 업히기도 하고…
이 곳의 담쟁이 얼굴은 볼 때마다 달라서 기분이 좋다니깐요.^^
제가 담쟁이, 나무와 특히 친한 것 같아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님의 담쟁이란 시가 생각 나네요^^
무수히 많은 바위의 연륜들을 다 감싸며
길인양 가고 있는 담쟁이…
웬지 공생관계 같이 보이는데요
절망의 벽을 희망의 잎사귀들이 덮어 주는 그런 날을 보았으면요…
가끔 부모들이 아이들 보면서 그러잖아요.
–아이그,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그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담쟁이가 바위를 붙들어서 세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시적에 저 담쟁이 넝쿨로 눈 크게 만든다고
양쪽눈에 붙이고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린맘에도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ㅎ
정확히 11시..52분에 블로그에 실린 주옥같은
동원님의 글과 사진들을 다 보았네요.
맛있게 잘 보았어요.
고맙습니다.
그게 만만찮은 양인데…
글이란게 쓰는 사람이 반, 읽어주는 사람이 반을 맡아 완성하는 거 같아요.
제 글의 절반은 제이님이 완성해 주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