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의 바위와 담쟁이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0월 10일 남한산성 동문에서

남한산성 동문.
우람한 바위가 맞물려 돌기둥을 이루고
그 육중한 무게를 이겨내며 성문을 지탱하고 있었다.

담쟁이가 그 우람한 바위의 하루를 붙들어주고 있었다.

때로 가장 연약해 보이는 것이
가장 우람하고 강한 것을 붙들어주고 지탱한다.

바위가 우뚝 서 성벽을 세우고
담쟁이가 그 등에 업혀 사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담쟁이가 바위를 붙들어
오늘도 성벽은 그 자리에서 하루를 넘기고 또 견딘다.

집집마다 무수히 많은 바위가 있고,
집집마다 무수히 많은 담쟁이가
그 바위를 붙들어주고 있다.

11 thoughts on “성문의 바위와 담쟁이

  1. 담쟁이는 이렇게 바위를 붙들어 주기도 하고,
    소나무에 업히기도 하고…

    이 곳의 담쟁이 얼굴은 볼 때마다 달라서 기분이 좋다니깐요.^^

  2.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님의 담쟁이란 시가 생각 나네요^^

    무수히 많은 바위의 연륜들을 다 감싸며
    길인양 가고 있는 담쟁이…
    웬지 공생관계 같이 보이는데요

    절망의 벽을 희망의 잎사귀들이 덮어 주는 그런 날을 보았으면요…

    1. 가끔 부모들이 아이들 보면서 그러잖아요.
      –아이그,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그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담쟁이가 바위를 붙들어서 세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3. 소시적에 저 담쟁이 넝쿨로 눈 크게 만든다고
    양쪽눈에 붙이고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린맘에도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ㅎ

    정확히 11시..52분에 블로그에 실린 주옥같은
    동원님의 글과 사진들을 다 보았네요.
    맛있게 잘 보았어요.

    1. 고맙습니다.
      그게 만만찮은 양인데…
      글이란게 쓰는 사람이 반, 읽어주는 사람이 반을 맡아 완성하는 거 같아요.
      제 글의 절반은 제이님이 완성해 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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