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윗옷을 입은 엄마와 딸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6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딸이 엄마의 손을 잡고
인라인 스케이트의 걸음마를 떼고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사람의 윗옷이다.
두 사람은 노란 색으로 옷의 색을 맞추고 있었다.
색을 맞추면 마음도 하나된 느낌이 든다.
때로 커플들은 아래위 옷의 색은 물론이고
옷의 스타일도 같은 것으로 맞춘다.
그 정도까지 가면 마음이 하나된 느낌보다
슬그머니 규격화된 틀에 서로 묶여있는 느낌이 올라온다.
엄마는 딸과 윗옷의 색만 맞추어
마음은 하나로 가져가면서
둘이 규격화된 틀에 묶이는 것을 경계했다.
아마도 딸의 옷을 사고,
엄마가 딸의 색을 따라
자신의 색도 맞춘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엄마와 행복한 딸로 보였다.

14 thoughts on “노란 윗옷을 입은 엄마와 딸

  1. 저도 우리 꼬마와 같은 무늬의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이
    얼마나 정감이 가는지요…
    제가 둘째를 늦게 낳다보니
    이런 노하우도 생기던데요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어떤 인위적인 사진 보다도
    그 때에 남긴 표정들이 좋아요…
    꼬마 덕분에 에버랜드도 다닌답니다…ㅋ
    캐나다에 계신 시부모님 댁에 갔더니
    이 사진을 크게 확댜해서 액자에 넣어 보고 계시더라구요
    며느리 입장에서 쑥스러웠지만
    부모님 눈에도 같은 드레쓰의 모습이 맘에 들으셨나봐요…!

    동원님의 세상 보는 눈이 정겹네요…^^*

    1. 엄마와 딸은 그 어떤 연인 못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아버지와 아들도 그에 밀리지 않는 것 같구요.
      사람들 사진은 금방 휙 지나가 버려 찍기가 어려워요.
      요 사진 찍을 때는 멀리서 보고 졸졸 따라가며 찍었어요.

  2. 김동원님도 포레스트님이랑 커플티입으시고 한번 찍어보세요.^^
    아..요즘은 가족티라는것도 있던데.^^
    옷을 같은거입고 커플링을 하고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되길 원하나봐요.^^

    1. 딸이 그러던데요.
      참, 아빠랑 같이 나가려면 뭘 입어서 좀 맞추고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제 스타일은 거의 고정 불변이거든요.
      서로 맞추는 건 딸과 엄마 몫으로 남겨두려구요.

    1. 저는 사실 도시에선 사진을 잘 못찍겠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사진 작가 가운데 도시에서
      사진을 아주 잘 찍는 사진작가가 있어요.
      도시를 사랑하기도 하구요.
      그가 사진을 찍으면 도시가 온통 사랑의 세상이 돼요.
      그는 어떻게 이렇게 도시에서도 사진을 잘 찍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올해 그의 사진을 살피면서
      그가 찍은게 도시라기 보다 도시의 사람들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알까요.
      제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3. 제게는 염장 터지는 사진이네요
    딸있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아들은 숫컷이라 키워봤자 밖으로 돌고 늙으면 아무 소용없거든요
    햐~~~부럽33

  4. 저도 제이님처럼 글 한꺼번에 다 봐야겠네요.
    근데, 사진 속의 두 분이 보기가 좋네요.
    저도 자리를 빨리 잡아서 곧 저런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이 되야하는데.. 이놈의 공부가… 에혀.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 공부를 가족 삼고 애인 삼으면 그것도 보기에 좋지요.
      종종 가까운 곳에 있는 공원을 돌다 나무밑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외국인을 보곤 하는데(울나라 사람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공원이 무슨 도서관이냐는 생각에 충실한 듯) 상당히 멋져요.

  5. 김동원님의 블로그를 900 중반까지 왔습니다.
    헉 헉……………ㅎ
    모녀의 다정한 사진을 보니… 어느 글귀가 생각나네요?
    자신의 색에 타인의 색을 융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딸 아이가 분신이니 ….애써 융합 할 필요가 없겠지요.
    평온해 보여요.

    1. 우리 딸도 조금 삐걱거린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저희 엄마와 잘 융합하는 거 같아요.

      그 많은 걸 다 읽어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가급적 자주 사람들에게 가벼운 웃음도 주고 그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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