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님의 고무신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8월 25일 양수리 수종사에서


한 스님은 기다림을 원했습니다.
들어갈 때 가지런히 돌려놓은 고무신은
스님이 나오길 내내 기다렸습니다.

한 스님은 그리움을 원했습니다.
들어갈 때 발걸음채 벗어놓은 고무신은
스님의 뒷모습을 내내 기억에 되새기며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13 thoughts on “두 스님의 고무신

  1. 아, 고요하고 좋다.
    요즘 제가 블로그에 소홀해요.
    다음 주부터 안정모드,
    찬찬히 시작하고픈데
    여기저기 못 다 챙겨읽은
    글부터 챙겨읽고 할 일이 많아요^ ^

  2. 저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깡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고무신을 신고 자랐습니다.
    꺼먹 고무신, 흰 고무신, 할아버지용 털 달린 고무신까지 다 신어봤지요. ^^
    여름엔 고무신 뒷쪽을 접어 앞에 끼워넣고 배나 비행기라며 가지고 놀고…
    냇물에서 피래미 잡으면 넣어 고무신에 물채워 넣어놓고 어항놀이를 하기도 하고…
    지금은 시골에서 자랐던 것이 너무너무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기억들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죠.

    1. 나도 내가 시골서 성장한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또 아쉬운 것도 많아요.
      우리 아이가 도심의 대형 서점에 나가
      책구경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면
      그런 문화적 혜택에선 너무 뒷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도시에서 자라면 도시대로,
      자연에서 자라면 자연대로 좋은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오규원 시인의 말대로 자연과 도시는 우열을 가를 수 없는 거 같아요.
      농촌과 도시가 잘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농촌이 비어가서 큰일이예요.

  3. 제가 나이에 맞지 않게 고무신을 신고 자라서 그런지 무지 반가운데요.
    사실 저렇게 흰색도 아니고 검정고무신이었지만요.ㅋ
    오늘 비가 오니까 고무신 신고 자박자박 걸어다니고 싶어져요.

    1. 제가 자랄 때는 온통 고무신이었죠.
      운동화는 반에서 두 세 명 정도…
      내 나이대의 서울 아이들 얘기를 들으니 서울은 고무신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4. 어라~
    오늘은 ‘시의 나라’에서 공부 하는 날인데…
    공부하러 왔는데요.
    60줄 정도의 글을 읽을려고 맘 먹고 왔는데 여섯 줄 읽고 가려니 쫌..ㅎㅎㅎ

    1. 요즘 사진이 너무 밀려 있어서
      당분간 사진 얘기를 좀 소화해야 할 것 같아요.
      하루 나가서 몇 건을 찍어가지고 오는 통에…

  5. 댓돌와 마당도 고무신이 없으면 텅비어 보인다.
    고무신은 비어있어도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난 댓돌과 마당의 소중함을 보다가
    낮은 곳이 갑자기 불만으로 채워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난 여전히 두 스님의 고무신을 사랑한다.

  6. 스님들이 자신의 고무신을 구분하는 법이란 사진이 기억나네요.
    저 고무신에도 싸인펜으로 이름이 적여있을까하는 생각에 각도를 움직여보고 싶네요.

    인터넷 공간을 검색하고 다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는데.. 인터넷 공간에서도 프로그램한테도, 사람들한테도
    자유롭지 못한가 보네요. 그래도 그 프로그램이 미쳤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1400번이라니.. 저한테는 제일 높은 방문 기록이네요.

    1. 스님들은 참 하나같이 피부가 고와요.
      마음의 평정이 그대로 피부에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게 네트웍 세상이 되고부터 많은 일들을 사실은 로봇에게 시키고 있어요. 기록들을 훑어오고 정리하고 하는 일들을 죄다 로봇에게 시키곤 하죠. 심지어 출입 기록도 컴퓨터가 알아서 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로봇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일하고 있는게 요즘 세상이랄까.

  7. 오른쪽 스님..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 있습니까?
    왼쪽스님..허허 그냥 내버려둬라
    두분이 이러고 있을거 같아요..웬지.
    왼쪽스님 고무신의 두눈은 환하고 ..오른쪽 고무신의 두눈은 화가 났어요.
    무슨대화를 나누는지 알수는 없지만..두분의 생각은 모두 깨끗해보여요.
    고무신의 느낌이 맑고 깨끗해요..보는사람 마음까지 맑아집니다.

    1. 수종사는 가까워서 여러 번 갔었죠.
      스님들도 모두 온화하시고…
      사진 찍으면 사실 귀찮은데 그래도 싫은 내색 안하시고 참아주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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