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 되면
그녀가 창문에 비닐을 칩니다.
치는 건 그녀가 하고,
봄이 오면 뜯어내는 건 내가 하곤 합니다.
그녀는 겨울의 찬바람이 싫고,
나는 찾아온 봄바람이 반갑습니다.
처음 그녀가 창문에 비닐을 쳤을 때는
비닐이 팽팽했습니다.
그 통에 날 좋은 날에 집안을 엿보던 볕이
그 팽팽한 비닐에 이마를 찧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비닐은 몇번 바람과 밀고 당기고 싱갱이를 하는가 싶더니
팽팽한 긴장을 놓고 점점 늘어져 갔습니다.
이제 비닐을 걷어내야지 마음 먹었을 땐
아주 완연하게 늘어져 있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니
팽팽할 때 이마를 찧어야 했던 볕이
이제는 늘어진 비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사는 급해 보이는데
그래도 그다지 미끄럽지는 않은지
볕은 늘어진 비닐에 기댄 몸을 경사를 따라 눕힌채
한참 동안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편안한 휴식이 좋아보여
며칠 더 그대로 두었습니다.
8 thoughts on “늘어진 비닐”
따사로운 봄이 비닐을 타고
즐겁게 오고 있네요…..^^
이제 창을 열고 봄을 방안으로 들여놓았어요.^^
늘어진 비닐
한가롭고 여여하고
그걸 지켜보는 눈길도 곱고
더불어,
그렇게 봄이 오고 있네요. ^ ^
오늘 보니 개나리와 산수유를 앞세우고
계절 봄이 턱밑까지 왔더군요.
하루 종일 그 노란 봄의 면전에 카메라 들이대다 왔지요.
전 남편이랑 시부모님께서 비닐쳐야겠다하면 반대하는데.^^
전 낮이면 춥던 어쨌던 온집안 창문 있는대로 다 열어두는게 좋고
부모님은 찬바람이 싫으셔서 닫으시고.^^
“넌 왜 추운데 자꾸 창문을 그렇게 여냐” 한소리 들어요.^^
이제 봄이니 그런 실랑이는 안해도 되겠지요.ㅋㅋ
저도 비닐치는 건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워낙 추워서 스스로 치는 건 그닥 반대는 안해요.
아주 꼼꼼히도 치신 답니다.
이 비닐을 보니…
모리에토가 지은…’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세트’가 생각 나네요
바람에 날려 힘없이 이리저리 오가는 비닐 시트 같은 나약한 목숨에 대한 연민을~
UNHCR의 직원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난민들에 대한 얘기인데…
세상엔 바람에 날리는 비닐이 많은데..난 두 손 밖에 없다라는 표현이~인상적이었어요
겨울바람엔 팽팽 하다가…
이제 봄바람에 느슨해진 비닐을 거두어 내지 못하는 마음…
동원님의 따뜻한 마음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봄…
비닐을 두드리는 새벽향기가 상큼하네요~!
찬찬히 둘러보면 집안에도 참 소소한 얘기거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달에는 마감하느라 고생을 해서 그런지 그녀가 일 끝나면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하루 카메라들고 나갔다가 오자고 하네요.
저도 아직 일이 있는데 오늘은 사진찍으러 남한산성으로 갈까 생각 중이예요.
좋은 휴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