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라고 한다.
나라안에 여러 곳이 있다.
이번에 내 발길이 닿은 곳은 오대산 상원사의 적멸보궁이다.
상원사로부터 2.0km의 거리에 있었다.
그곳의 표지판은 그곳으로부터 오대산의 정상인 비로봉까지 1.5km가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걸음을 조금 떼어놓자
몸에선 벌써 열기가 후덥찌근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하루종일 제 자리를 지켜야 하는 댓잎은
눈이 내리자 더욱 추운지
오돌토돌 소름이 돋아 있었다.
둘은 겨우내내 저렇게 부등켜 안고 겨울 추위를 넘겼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 올라가고, 혹 내려간다.
오늘은 사람들이 손을 짚고 잠시 숨을 고르던 그 자리에
눈이 자리를 청했다.
갈라진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자리에 생긴 텅빈 쓸쓸함이다.
항상 바람만 맴돌던 그 자리는
간만에 내린 눈이 포근한 손길을 내밀어도
여전히 쓸쓸하다.
눈꽃이 아니라 눈방울꽃이었다.
눈과 함께 춤을
다람쥐야, 너는 내가 두렵니.
나는 네가 반갑단다.
나의 반가움이 너에겐 두려움이구나.
스님이 올라오신다. 눈밭을 걸어서.
스님이 올라가신다. 눈밭 속으로.
내 눈을 위로 두었더니 올라오시고
내 눈을 아래에 두었더니 올라가신다.
스님이 가는 길은 같았으나
내 눈을 위아래로 높이거나 낮추었더니
말들이 바뀌었다.
조심할 일이다.
내 높이의 말로 제 길을 걷는 세상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재단하고 있지나 않은지.
저 계단의 끝에 적멸보궁이 있다.
나뭇가지들도 모두 그곳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적멸보궁.
뜻을 찾아보니 적멸은 열반을 뜻하고
열반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죽음과 생이 따로없는 깨달음의 높은 경지라고 한다.
그 높은 경지의 깨달음은 아울러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부처님은 열반에 들었으나
그의 사리는 세계의 곳곳으로 흩어졌고,
오대산 상원사의 이곳도 그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고 그의 사리가 모셔진 전각을 돌았다.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했다.
잠시 바깥의 경계를 벗어난 내 마음 속에서
속세의 괴로움이 그 숨을 멈춘 것이리라.
번뇌의 내가 죽고 생각이 모두 지워진 채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죽은 듯, 산 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