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는 강원도의 진부에 있다.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소식에
나는 아침 일찍 동서울 터미널로 나가 진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진부에서 시내버스를 바꾸어타고 40분 정도를 올라가자
버스는 그 곳이 종점이라며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곳에 상원사가 있었다.
상원사는 높이 있다.
올려다 보아야 한다.
한걸음 한걸음 돌계단을 디디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에둘러 가면 그곳으로 내려가는 법도 있다.
그 두 길이 모두 좋다.
우리에게 가느다란 나무 끝은
잠시 걸음을 세우고 쉬기에는 불안한 휴식처이다.
우리가 나무의 흔들림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새는 그곳에서 바람이 흔드는 나무의 불안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불안과 함께 흔들리자 불안은 새에게 안식이 되었다.
눈이 오면 추녀밑 봉당에서 돌의 직선과 눈의 곡선이 만난다.
하얗게, 하얗게 뻗어나가다
하얀 담의 너머로 시선을 주니
하얗게 옷을 갈아입은 두 지붕이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
단지가 눈속에 빠진 날
눈의 채색은 서툴기 짝이 없다.
군데군데 미처 흰색으로 덮지 못한 곳들이 여기저기 남는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눈의 채색은 그 미숙함으로 인하여 더욱 돋보인다.
눈은 처마끝에 흰색단을 덧대고
그 아래 고드름으로 장식을 달았다.
분위기가 한층 좋아보였다.
나무는 팔을 뻗고
추녀끝도 고개를 높이 든다.
작은 종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눈오는 날은 나에겐 즐겁지만
먹이를 찾지 못해 배가 고픈 새는 떨리고 춥기만 하다.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데도 날아가질 않았다.
다리가 많이 아픈가 보다.
절에 가면 종종 풍경(風磬)이 그 아래쪽으로 물고기를 매달고 있다.
그 물고기는 바람이 불 때마다 헤엄치며
제 형상 속에 빚어진 그 유영의 자유를 기억해낸다.
그 때면 종이 울린다.
그 종소리는 어쩌면 파도소리인지도 모른다.
안이 추운가보다.
연통에서 어렴풋하게 연기가 날린다.
연통의 뚜껑 위애선 백설기처럼 눈이 익고 있었다.
상원사를 벗어나 비로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올라가자 숲속에서 눈을 맞은 댓잎들이
폭포가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6 thoughts on “오대산 상원사, 눈온 날의 풍경”
저는 상원사가 좋았답니다. 월정사보다는.
동원님의 눈으로 본 겨울풍경은 더 멋지네요.
어쩜 제가 간 곳은 고스란히, 이미 섭렵하고 다니셨더래요.
저도 열심히 다녀야 겠어요.
유심히 보고.
반대로 루야님이 간 길을 섭렵하고 다니고 싶은데
피렌체는 제겐 너무 멀어요.
얼굴본지 오래되었네요.
곧 얼굴 한번 봐요.
풍경 사진 퍼가려고 엄청 뒤진후에 찾았어요!^^ 감사히 쓸게요.^^
이 날 참 좋았는데…
눈이 펑펑 오는 오대산 산기슭을 헤매고 다녔었죠.
반드시 사진 작가를 밝히고 써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 요 문구를 필히 집어넣어야 해.
내가 좀 퍼갈께~~이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