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날 닮아서 예쁘다

Photo by Kim Dong Won

얘가 우리 딸입니다.
내가 보기엔 한 미모 하는 얘죠.
가끔 사람들에게 딸을 소개시킬 때
얘가 날 닮아서 이렇게 예쁘다고 하면
개중에 날 위아래로 두세 차례 훑어보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빳빳하게 세운 뒤,
그 눈초리로 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야 뭐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지요.
하지만 오늘은 그런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풀겸
우리 딸이 날 닮아 예쁘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 보이려구요.
이른바 초막강 수퍼울트라 캡숑 삼단논법을 이용한 증명입니다.
나랑 같이 살면서 우리의 딸아이를 낳은
나의 그녀는 종종 이렇게 말을 하곤 합니다.
“으이구, 누가 지 아빠딸 아니랄까봐.
어쩜 하나하나가 지 아빠랑 그렇게 똑같냐.”
같이 낳은 딸이니 자신을 닮았다고 우길 법도 하건만
이렇게 전적으로 나를 닮았다고 양보하는 것을 보면
우리 딸이 나를 닮은 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다소 이상한 것은 나의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아주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든다는 눈빛으로
우리 딸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는 것과
말꼬리에 신경질과 탄식이 아주 진하게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해못할 것도 없지요.
누구는 하도 닮은 구석을 찾을 수가 없어
겨우겨우 발가락에서 위안을 삼았다는 얘기도 있는데
발가락에 이르러서까지도 위안의 실마리를 들이밀 구석이 없다면
어찌 그런 눈빛에 신경질과 탄식을 겹쳐놓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쨌거나 그녀의 얘기로 미루어 보건데
우리 딸이 나를 닮은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으로 내 눈에는 항상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로 예뻐보입니다.
이건 뭐 따로 증명할 필요도 없는 거죠.
아마 이에 대해선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지구 열바퀴 반은 돌고도 남을 공감댓글로 줄을 이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다 증명이 된게 아닌가요.
우리 딸이 날 닮았고,
그 딸이 예쁘니,
우리 딸이 날 닮아서 예쁜 게 아니냐구요.

2 thoughts on “우리 딸은 날 닮아서 예쁘다

  1. 우리 딸은 누굴 닮아서 예쁜 것이 아니라
    우리 딸이기 땜에 예쁘지.

    가끔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도록 할까… 조심스러워지지 않어?
    울 딸은 마냥 어린아이였으면 좋겠는데… 점점 크고 있으니…
    에고.. 아무리 봐도 예쁜 내 딸!!! I love you! 이건 큰소리로, 사랑해!… 라고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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