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것도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때면 그곳의 시선은 사람들 수의 꼭 두 배이다.
사람들 모두가 두 개씩의 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광장엔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 수의 꼭 두 배에 달하는 시선이 있다.
그런데 그 시선이 때로 광장을 황폐하게 만든다.
시선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시선 때문에 노래 소리가 흥겹게 광장을 채워도
사람들은 몸을 흔들지 못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광장에서 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그냥 노래만 들으며
뻣뻣한 자세로 서 있을 뿐이다.
그 순간 광장은 춤의 황무지이다.
사랑을 입에 올리면
사람들의 시선은 더더욱 광장을 황폐화시킨다.
사랑은 사실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의 광장에서 사랑은
찌푸린 시선의 무게에 눌려
숨을 죽여야 했다.
2006년 5월 13일 토요일,
나는 서울 예술의 전당 분수광장에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연인은 두 쌍이 있었다.
십수년을 살아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년의 부부들도 많이 눈에 띄었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제 은밀하게 내면화된 것인지
바깥에선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내 눈에 띈 젊은 두 쌍의 사랑은
놀랍게도 바깥으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니 바깥으로 드러나는 정도를 넘어
대리석이 깔린 그 불모의 광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한쌍은 진하게 키스까지 나누었다.
오호, 놀라워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이 광장으로 걸어나오다니.
어떤 사람은 그날도 예전과 다름없이
눈살을 찌푸렸을지 모르나
그날 광장의 연인은
내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나는 그것이 사랑의 아름다움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으며,
그 사랑의 아름다움 앞에서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5 thoughts on “광장의 연인”
전 솔직히 그런 장면보면 부러움+질투(?)+경멸 등등의 아주 복잡한 심경이 된답니다.
부러움이랑 질투심은 얼마나 행복하고 달콤할까+우리때는 저렇게 못해봤는데..흥~@@!!이고 경멸은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어린 아이들 보기 민망하게 오직 자신들밖에 모르는 행동을 한다는데서.^^ 이것마저도 샘나서 그러는걸지 몰라요.^^
그게 참 이상한게
붙어있다고 다 사진이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어떤 쌍은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전혀 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지금까지 붙어있는 쌍들은 많이 봤는데
저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댄 경우는 딱 세번밖에 없었어요.
위의 연인은 그 세번 가운데 하나였어요.
아..저정도의 모습은 아름답죠.&^^
전 대낮 광장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어린 연인들을 두고 한 말이랍니다.^^
부럽습니다. LoveStory in Square.
저도 많이 부러웠어요. 광장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광경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라 요즘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 광장을 채워간다는게 기특하기도 하고… 더구나 여자분이 읽던 책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서 저 정도 책을 읽고 있다면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사회의식을 조금 더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 괜찮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