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중화전을 마주하는 두 가지 방법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4일 서울 덕수궁에서


덕수궁 중화전을 마주하는 첫번째 방법.
중화전 앞에 선다.
중화전을 바라본다.
지붕의 선을 본다.
선은 항상 지붕에 그대로 눌러앉아 있으면서도 흘러내린다.
그것도 날렵하게 선을 그리면서.
중화전의 지붕은 눌러앉아 있으면서 동시에 움직인다.

그녀를 마주하는 첫번째 방법.
그녀 앞에 선다.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머리를 살펴본다.
뽀글이 파마를 한 날,
그녀의 머리카락은 춤을 춘다.
그것도 날렵하게 선을 그리면서.
그녀는 가만히 앉아있으면서도 머리로 춤을 출 수 있다.
그녀가 머리를 하는 이유이다.

덕수궁 중화전을 마주하는 두번째 방법.
비오는 날 덕수궁을 찾는다.
빗물이 중화전 뜰에 고일 때까지 기다린다.
중화전이 뜰로 내려온다.
중화전을 발 아래 내려다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중화전이 부르르 몸을 떤다.
비오는 날, 중화전은 뜰로 내려와 고인 물에 몸을 담그고
바람을 호흡하며 부르르 몸을 떤다.

그녀를 마주하는 두번째 방법.
비오는 날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거리가 비에 촉촉히 젖길 기다린다.
마음도 비에 촉촉히 젖길 기다린다.
그럼 그녀가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와
우리의 마음을 그녀로 촉촉히 적신다.
그녀는 비오는 날, 우리의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와
비처럼 우리의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슬며시 허리를 감아보라.
반응하리라.
–미쳤나? 다 늙어서 왜 이래?
하지만 즐겁고 재미나리라.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4일 서울 덕수궁에서

2 thoughts on “덕수궁 중화전을 마주하는 두 가지 방법

  1. forest님 머리 뽂아서 더 이쁘시대요^^
    어제는 마무리 잘 짓고 들어가셨죠?
    우렁찬 함성에 깜짝 놀라 웃음이 났어요.
    뭔가 축제의 밤같은, 쉬이 집에 돌아오지 못 해
    3시쯤에 들어왔네요.
    늦은 오전임에도 알딸딸합니다.

    1. forest님도 요거 보더니 머리 하자마자 아부한다고 한마디 하셨다는…
      저희도 3시쯤 집에 들어왔어요.
      함께 못해서 미안해요.
      처음 만났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온라인 상의 얼굴들이라 그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우리는 나중에 따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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