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촛불을 들고 행진했지.
시청앞에서 시작하여 광화문까지 가고,
광화문에서 종각으로, 종각에서 을지로 입구로,
을지로 입구에서 숭례문으로, 그리고 다시 시청으로 행진을 했지.
아이야, 그때 네가 눈에 띄더구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너희 아빠가 너를 품안에 꼭 껴안고
아이를 안고 가기엔 좀 멀다 싶은 그 길을 내내 함께 행진하고 있었지.
가족이 모두 나온 듯 싶더구나.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더 있었고,
엄마는 유모차를 끌고 뒤를 따르고 있었어.
그 유모차가 네가 타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유모차 안에 더 어린 네 동생이 있었는지 그것은 확인을 못했구나.
가끔 유모차 안으로 시선을 주던 너의 엄마 아빠를 생각해보니
유모차 안에도 또 아이가 하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단다.
난 네 뒤를 따라가며
무엇이 너희 아빠가 너를 안고
그 행진을 함께 하도록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한때 “박정희는 물러가라”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단다.
그 사람들도 대통령이었지.
총칼로 사람들의 입을 막았던 독재자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 그들이 무너졌을 때,
나는 암울한 과거를 걷어냈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더구나.
그때 민주와 자유를 외치던 사람들은
권위와 억압의 과거를 걷어낸 것이 아니라
사실은 미래를 열었던 것이었어.
십대들이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쇠고기 재협상”을 외쳤을 때,
나는 오래 전에 사람들이 목숨을 받쳐 열어놓았던 그 미래를 보고야 말았어.
가슴이 뛰더구나.
너희 아빠가 너를 품안에 안고 거리로 나와
“쇠고기 재협상”을 외치고,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는 것은
단순히 네 건강을 걱정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단다.
언젠가 열어놓았던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
그 자유의 미래가 닫히는 것을 너희 아빠는 두고 볼 수가 없었겠지.
난 너희 아빠가 너를 품안에 안고 행진에 내내 함께 한 것이
바로 너의 미래를 계속 열어두기 위한 굳은 의지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인지 너는 마치 너희 아빠가 치켜든 자유의 빛처럼 보였어.
아저씨가 해줄 수 있는 건,
너희 아빠의 그 뜻에 내 발걸음 하나를 더 보태는 것.
6월 10일 오후 7시, 시청앞의 서울광장으로 갈 생각이란다.
예전에는 총칼로 입을 막더니 이제는 아무리 외쳐도 듣질 않는 구나.
하지만 나는 가서 외칠 생각이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어느 아빠의 어린 딸, 바로 너의 미래를 위하여.
8 thoughts on “아이의 미래를 위하여”
발걸음 하나 보태봅니다.
6월은 푸른데, 6.25, 6.10, 6 29… 참으로 무거운 6월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힘든 걸음들 위로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함께 행진하셨는 걸요.
사과나무님 이름을 적어 촛불을 밝혔거든요.
그 사진은 내일 올려드릴께요.
3시쯤 집에 들어왔더니 아직 정신이 헤롱헤롱해요.
명박산성 보셨나요?^^ (이순신장군앞에 친 컨테이너 박스) 저는 이 분이 이 정도까지인줄 몰랐는데 정말 감탄했어요ㅎㅎ 이따가 저도 광장 어디엔가 서 있을텐데…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아까 점심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21년전의 사람들이 오늘도 모일 것이다. 결국 모이는 사람은 또 모인다. 그러면서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40대의 차장님은 그 6월에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그냥 순수하게 문득 궁금했어요. 학교에 있었을까? 영화를 봤을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을까?
제가 40대가 되었을 때 누군가 십몇년전 그 날 뭘하고 있었나요? 라고 물으면 저는 어떤 기억이 나게 될지 궁금했어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 산성, 더 높이 쌓아서 5년동안 청와대에서 못나오게 하자구…ㅋㅋ
저도 물론 갑니다.
오직 목소리 하나와 촛불을 들고.
무슨생각으로 국가를 경영하는건지 알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모임에 동참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사람들이 처음에는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이명박을 붙잡았다가 그게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촛불은 다함께 격려를 하며 서로가 서로의 의지가 되어 헤엄을 치기 시작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내일 뵐 수 있으려나요^_^
일 마치고 달려갈께요.
오블 모임에 합류할까해요.
마음의 물결 보태어
머릿수 하나 채우러갑니다.
사람이 산을 이루고, 사람이 바다를 이루는 날.
forest님이랑 같이 나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