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납짝하다.
사람들이 바닥에 납짝하게 깔린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
하지만 어찌나 납짝한지
사람들은 그림자를 밟고 지나가면서도
전혀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는 것은 사람들의 착각일 뿐.
그림자는 그렇게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으면서도
절대로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법이 없다.
사람들이 그림자를 밟는 순간,
그림자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사람들의 발등에 올라탄다.
발등에 올라타는 정도가 아니다.
때로 허리로 올라타고
순식간에 머리 끝으로 기어오른다.
그러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바닥으로 몸을 낮추어 납짝하게 엎드린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림자는 발등에 올라타는 것을 시작으로
허리춤께로 일어나고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가
다시 바닥으로 급하게 내려와 엎드린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엎드려 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림자가 출렁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