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대화 2

Photo by Cho Key Oak


딸이 무슨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다.
한 남자애가 여자애를 뒤쫓아가며 뭐라고 소리친다.
내가 물었다.
“‘맞데’가 무슨 소리냐?”
“‘기다려’란 소리예요.”
“엉? 그럼 틀리데는?”
“으이구, 시끄러워요.”
일본어를 모르면 일본 드라마를 볼 때 답답할 것 같은데
뭐, 항상 그런 건 아니구나.
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일본말 전혀 몰라도 우격다짐으로 해석하는 아빠는
종종 딸과 4차원을 넘나들며 얘기를 한다.
답답하기는 커녕 재미나기만 하다.

11 thoughts on “딸과의 대화 2

    1. 친구들이 항상 그런 얘기는 했었죠.
      너는 사람들 가운데 섞여 있어도 찾기는 아주 쉽다고… ㅋ

      저희 딸이 저 닮아서 한 인물하기는 해요.

  1. 가끔 일본애들이 대화하는거 듣다가 저도모르게
    끼어들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제가 절 보면 참 어줍잖습니다.
    영어 하다가 단어 생각 안나면 일본 단어가 떠오르고. 하하.

    가만 생각해보면 한국어도 적당, 영어도 적당, 일본어도 적당.
    아직 갈길이 머네요.

    또한, 따님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참….. 갈길이 머네요.
    너무 부러워서 말이지요. ^^

    1. 예전에 말가지고 노는 농담들이 많았었잖아요.
      우아한 클래식이 흐르는 식당에서 “이 곡이 무슨 곡인줄 아세요?”하고 물으면 먹던 돈까스를 내려다보면서 “아무래도 돼지고기 아닐까요?” 하는 식의 얘기가 한동안 유행했었지요.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가봐요.

  2. 제 눈에는 따님에게서 엄마의 젊은 모습이 보입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것도 닮아 보이고요.
    두 분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니 eastman 님만 세월을 곱절로 드시고
    eastman 님의 ‘나의 그녀’는 시간을 비켜가신 것 같네요.
    4차원으로라도 맞장구 쳐주는 따님의 전시대적 미풍양속(?)에 경의를 표합니다.

    1. 하긴 제 눈에는 많이 젊어보이는데 본인은 자꾸 늙었다고 하는 군요. 처음엔 제가 세월을 먼저 보내고 세월 뒤로 쳐진 것 같았는데 요즘은 반대예요.

  3. 가끔 사진에 올라오는 따님을 보면서 동원님을 상상했었습니다.
    두 분이 참 닮았네요. 원래 첫 딸은 아빠를 꼭 빼다 닮더라구요.
    우리집도 남편과 딸, 저와 아들이 편을 가르고 있답니다.
    아빠가 딸 쪽으로 더 기운 것을 보니 따님을 향한 사랑을 알 것 같아요.
    자식이란 이 세상에서 온전히 아낌없이 변함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아닐까…

  4. ㅋㅋㅋ
    오늘 낮에 친구하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친구가 엄마랑 아들내미랑 쇼핑하러 가던중에
    아들내미 어린이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데요.
    그 대화를 엿보자면~

    아들내미 : 이쪽으로가면 우리 어린이집인데~
    할매 : 울 호진이 눈썰미도 있다니까
    아들내미 : 눈썰매요?? 우리 어린이집에는 눈썰매 없는데요
    씽씽카만 있어요~~

    ㅋㅋㅋ
    근데 이집은 eastman님이 그러신단 말이죠.ㅋ
    따님.. 찍을테면 찍어봐라 표정 굿입니당…^^

    1. 매번 대화가 요렇게 흐르곤 하지요.
      “나왔어” 하면 사실을 프린트물 나왔다는 소린데
      아까부터 와 있어 놓구선 새삼스럽게 왔다고 하냐고 나간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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