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꿈 2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2월 26일 서울 남산에서

대개의 의자는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정자세를 취하고 그곳에 반듯하게 앉아 있으려 한다.
그것이 의자의 숙명이다.
의자가 갖고 있는 그 숙명의 삶이 우리에겐 편안한 휴식이 된다.
우리는 의자의 곁을 지날 때면 그 숙명의 삶에 물들곤 한다.
우리는 의자의 무릎에 앉아 쉬었다 갈 때마다 의자가 되었다 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2월 26일 서울 남산에서

하지만 때로 의자는
그 숙명의 삶을 버리고
세상을 끝간데 없이 달려보고 싶은
바퀴의 꿈을 꾼다.
얼토당토해 보일 수 있지만
자동차 속 의자는 그 의자의 꿈이 이루어진 자리인지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2월 26일 서울 남산에서

앉으면 편안한 휴식이 우리의 것이 되지만
종종 앉아 있다 보면 우리는 드러눕고 싶어진다.
의자도 예외가 아니다.
의자도 평생을 반듯하게 앉아서 보내는 그 숙명의 삶을 버리고
때로 드러눕고 싶다.
얼토당토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침대는 그 의자의 꿈이 몸을 눕힌 자리인지도 모른다.

남산 언저리를 돌다가 수많은 의자와, 그리고 의자의 꿈을 만났다.

6 thoughts on “의자의 꿈 2

    1. 소나무는 잘 관리를 해서 그런지 아주 잘 있었습니다.

      어제 술먹다가 술집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보니까 꿈은 날개와 같은 것이어서 꿈을 잃으면 날 수 없으니 꼭 꿈을 잃지 말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럼 새들은 꿈꿀 필요도 없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1. 침대는 의자의 꿈이 몸을 눕힌 자리라..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자동차의 의자도, 또 말그대로 바퀴의자인 휠체어도 달리고픈 꿈을 이룬 것이겠네요. ^^

    세상에는 참 여러 사물들이 있지만 볼 때마다 꿈꾸게 하고 향수에 젖게 하는 것들은 글쎄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의자는 많은 이들에게 그런 사물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요. 그만큼 수많은 이들의 흔적을 품은 물건이 있을까요..?

    1. 다른 무엇보다 네다님은 네다님 서방께서 꾼 사랑의 꿈이 분명하지요. 우리는 모두 한때 네가 나의, 또 내가 너의 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지금은 모두 삶에 묻혀 살고 있고는 하지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