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고
그 여자와 함께 살고 있기는 한데
오래 같이 살다보니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녀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면
가끔 그녀를 요술 거울 앞에 앉혀볼 일이다.
요술 거울이라고 별 특별한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거울이 사실은 요술 거울이다.
그냥 거울 앞에 그녀를 앉히고 조용히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아니, 이건 벽에 걸려있지를 않네.
에이, 다시 해야지.
거울아 거울아, 화장대 위에 놓인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우니?”
그럼 세상의 모든 거울은
아무 말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바로 눈앞에서 보여준다.
듣기로는 아주 오래 전에
한 질투많은 왕비가 그렇게 묻자
그걸 왕비님이라고 대답않고 백설공주라고 답한
정신나간 거울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그때 본분을 망각한 요술 거울의 말 한마디로
질투에 눈이 먼 왕비는 결국 독살극의 유혹으로 빠져들고 말았었다.
하마터먼 참담한 비극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 사건은 좋게 마무리되었다.
생각해보면 그건 요술 거울이 아니라
사실은 멍청하기 이를데 없는 바보 거울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요즘은 그런 바보 거울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의 거울은 예외없이 지극히 정상적인 요술 거울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누구인가를 물으면
그 앞에 앉은 여자를 무시하고
백설공주의 얼굴이나 어떤 다른 여자의 얼굴을 내미는 법이 절대로 없다.
그러니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름다움에 설레었던 마음과 느낌을 되찾고 싶다면
가끔 그녀를 거울 앞에 앉히고
요술의 힘을 빌어 그녀의 아름다움을 확인해 보시라.
**주의: 부작용.
요술 거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묻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뚱뚱한 여자가 누구냐거나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여자가 누구냐는 것과 같은 질문은
특히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요술 거울이라고 해도 눈치까지 갖추고 있진 못하다.
눈치는 요술을 불러내는 사람이 갖추어야 한다.
요술은 알고 보면 거울이 아니라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2 thoughts on “요술 거울”
그니까 드레스 까페 거울은 제 정신이네요.
지대로 이스트맨님의 아름다운 왕비님을 비추고 있으니~ㅎㅎ
오랜 시간 함께함에 생긴 무덤덤에 대해~
우리 모두 모여 앉아 대토론 한번 열어 봄이 어떨런지요. ^^
요즘은 정신나간 거울은 없다니까요.
함께 모여 토론하기 보다는 그냥 술이나 한잔하는게.. ㅋ
그런데 거울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꼭 좌우를 바꿔서 보여줍니다.
본 모습을 보여주면 아무도 비추어 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술 거울이 됐나 봅니다.
좌우를 바꾸어도 잘 알아보는 것도 요술이죠.
운전석에서 조수석 백미러로 멋진 여성을 바라보셨나 봅니다.^^
가끔 살아남으려면 요런 짓도 해야지요. ㅋ
이 글엔 배경음악이 흘러도 좋을 것 같은데요.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 대목이 흐르는
윤종신의 <환생> 정도..
제가 닭고기하고 버터에 약해서리.. ㅋ
저두 ‘요술거울’에 찍히고 싶네요. ^ ^*
그런데 지천명의 나이에도 요술이 걸릴까요??
요술거는 사람 마음대로 인거 같던데요.
정말 요술 거울이네요
그녀가 아름답게 앉아있으니 말이죠^^
드레스 입은 그녀는 언제 보여주실거죠?
드레스는 안입었어요.
그건 돈내야 한다고 해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