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사이, 그 간격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3일 경기도 안성목장에서

칼릴 지브란은 말했었다.
사랑하면 하나가 되어 함께 하되 둘 사이에 간격을 두라고.
그리하여 둘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출 수 있게 하라고.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하지만 뭘 모르는 소리.
둘 사이에 간격을 두면
하늘의 바람이 그 사이에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종종 의외의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가 그 사이로 뛰어든다.
우리는 모두 둘 사이로 뛰어든 다른 여자와 다른 남자가
우리들 중 어느 하나의 시선을 앗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니 둘 사이에 누군가 뛰어드는 것이 못견디게 싫다면
평생을 부등켜 안고 살거나 빈틈없이 붙어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둘이 부등켜 안고 살거나 빈틈없이 붙어살아도
종종 지겨움과 따분함이 둘을 찾아온다.
지브란의 말대로 우리에겐 바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꼭 바람을 둘 사이에 놓아둘 필요는 없다.
서로 빈틈없이 붙어살면서
바람은 둘의 곁에서 춤추도록 하면 된다.
물론 부등켜 안은 두 사람의 주변으로
바람이 춤출 수 있는 공간은 허용해야 하리라.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그 여자나 남자가 둘의 사이가 아니라
내 남자나 내 여자의 곁에서 놀다가는 공간과 시간은 허용해야 하리라.
별일이야 있겠는가.
여전히 둘은 빈틈없이 붙어서 살아가고 있는데.

Photo by Someone
2008년 12월 19일 서울 명륜동의 한 드레스 카페에서

10 thoughts on “둘의 사이, 그 간격

    1. 글쎄, 바람은 ‘사이’가 아니라 ‘곁’이라니까요… ㅋ

      사실은 이 날 한 장난기 많은 처자가 에이, 둘 좀 벌려 놓아야 겠다며 저희 사이에 끼어들기는 했었죠.

    1. 사진은 조용히 혼자서 찍으러다니는 것인줄 알았는데
      사진찍으면서 놀 수도 있더군요.

      수아님이야, 뭐, 일단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나오시것쥬.

    1. 두 분은 더 막상막하이신듯..ㅋ

      아, 그리고 죄송한 말씀인데 저는 모임에는 당분간 나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해해 주시길. 마음이 평정심을 되찾으면 그때 걸음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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