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추석 때,
송편에 들어갈 콩을 직접 깠다.
꼬투리채 사온 콩을
하나하나 까고 있자니 그것도 일이었다.
쌀은 친척집에서 준 쌀을
직접 떡집에 들고가 가루로 만들어왔다.
곁에서 보니 그걸 반죽하여 숙성시키는 과정도
쉽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시인 김승강은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가리켜
아내가 만든 “따끈따끈한 작품”이라고 했었다.
아마 밥상의 화려함보다는
그 밥상을 차려내기 위해 들어가는
그 많은 손의 과정을 그도 보았던 것이리라.
특히 한국 음식은 더더욱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음식이 아니라
작품을 먹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송편이 서로 들어붙지 말라고
나중에 참기름을 칠해주는 것도 지난해 처음 알았다.
난 지금까지 그저 고소하라고 그러는 줄 알았다.
항상 음식은 맛으로 재단을 하게 되지만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저 맛하나로 작품을 재단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었다.
때로 음식이 작품이 되면 없는 맛도 생긴다.
물론 추석 때의 송편은 맛까지 있었다.
있던 맛도 작품이 되면 더 맛있어진다.
**언급된 김승강의 시는 「아내는 다 안다」이며,
시집 『흑백다방』, 열림원, 2006에 실려있다.
4 thoughts on “송편”
어릴 적에는 떡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떡만두국에서 떡은 건져내고 먹곤 했습니다.
송편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요.
이런 식성도 세월이 지나니까 변하더군요.
요즘은 없어서 못 먹습니다.ㅜㅜ
저도 어릴 때는 밤이나 꿀 들어간 달콤한 송편이 좋더니 이제는 그냥 콩들어간 송편이 가장 좋더군요.
추석이면 고향에서 먹던 송편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논둑에서 꺾어 온 햇콩을 속으로 넣은 송편, 정말 맛있었어요.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의 작품이어서 더욱 그랬겠지요. 동원님네 송편을 보니 문득 엄마 생각과 고향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리움 되어…
요즘은 그냥 사다 먹고 마는데 지난 해는 직접했어요. 직접했더니 추억하나를 남겨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