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그게 여행이다 – 동해를 다녀오며 2

여행이 별거 인가 싶다.
그냥 시간이 나는 날,
아무 것도 안챙기고,
떠나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훌쩍 마음이 이끄는대로 떠나면
그 길이 여행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그냥 차를 몰고 또 몰아 가는 여행,
나는 그런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6월 6일과 7일에 무작정 떠나서 동해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풍경이 손짓을 하면
그냥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속초가는 버스를 타면 항상 홍천을 지나서 만나는
화양강 휴게소에서 잠시 쉬곤 했다.
그 버릇을 어쩌지 못하고 우리 차를 갖고 갔는 데도
우리도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휴게소 아래쪽으로 멀리 다리가 보이고
다리 아래서 누군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자랄 때,
나는 고기잡는 그 어망을 ‘족대’라고 불렀다.
서울오니 아이들이 그걸 가리켜 ‘반도’라고 했다.
‘반도’라는 그 말이 지금도 나에겐 어색하다.
말이 한번 몸에 배면
그 자연스러움을 지우기가 어려운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파라솔이 무척 더웠나 보다.
평생 햇볕을 가려주며 더위를 머리 맡에 이고 살 줄 알았는데
물 속으로 도망가서 머리를 박고 절반쯤 잠수를 하고야 말았다.

Photo by Kim Dong Won

개울가에서 물놀이 이외에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동그랗고 납작한 돌을 모아 잘만 펴면
개울가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금방 예쁜 자리 하나를 마련해줄 수 있다.
그럼 그 개울가에 두 사람의 추억 하나가 서리는 것이다.
어릴 때, 내가 아이들과 개울가에서 그렇게 놀며 자랐다.
그러고 보면 내 고향의 개울가엔
내가 누군가를 위해 마련했던 수많은 자리의 기억이 있는 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휴일의 한낮에도 별로 차를 만날 수 없지만
그러나 이곳도 휴가철에는 상당히 차들이 붐빈다.
난 휴가철이 아직 멀거나 휴가철을 지난 뒤의 한가한 길을 좋아한다.
한가한 길은 차가 지나갈 때 몸을 부르르 떨다가
차를 보내고 나면 다시금 금방 다소곳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물은 가끔 그 옆에 있으면
옆사람의 얘기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항상 시끄럽기 그지 없는 나로선
물이 그 엄청난 소리를 어떻게 버리고
조용히 깊어질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녀가 내 사진을 찍는다.
찍어서 그녀의 마음 속에 담아둔다.
그건 내가 볼 수는 없는 나이다.
그녀만의 나이다.

Photo by Cho Key Oak

그녀가 내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항상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그녀의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 같지만 사실은 찍을 때 그녀의 눈 속에 있던 나이다.
아울러 그때 그곳의 추억도 함께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람들은 대개 그늘지고 음습한 곳을 싫어하지만
이끼에겐 그곳이 안락한 집이다.
이끼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파랗게 치장을 한 고운 삶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렇게 어디서나 삶은 있다.
그 삶 속에 또 나름대로의 고난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냥 길가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걷기만 해도
갖가지 꽃을 만날 수 있다.
이건 매발톱꽃이라 불린다.
이 꽃은 6, 7월에 볼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꽃 세 송이가 계곡의 물살에 부대끼고 있다.
물은 시리고 투명하다.
나무 끝에 있을 때는 시리고 투명한 바람이 흔들더니
계곡으로 내려오니 이번에는 물이 꽃을 흔든다.
꽃은 아마도 지금쯤 이게 제 삶의 운명이려니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니 물살에 부대끼는 꽃들이 어느 정도 달관한 듯 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남대천과 동해바다가 만나는 곳.
원래 넓게 펼쳐져 있는게 바다이다.
그래서 사진 속에서도 바다를 넓게 펼쳐들고 싶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오색온천에서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으로 기분이 좋았던
그녀의 미소를 담을 수 있었다.

Photo by Cho Key Oak

기분 좋기는 나도 마찬가지.
머리가 엉망이야.
모자쓰고 찍어야 해.

6 thoughts on “떠나면 그게 여행이다 – 동해를 다녀오며 2

  1. 어제 경기 정말 멋졌죠?^^
    패스가 제대로 되지않고 토고선수들에게 빼앗길때마다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역전시키다니 참 대단해요.^^
     
    사진들중 통통이님 사진이 젤 맘속에 남네요.
    아마도 아름다운 미소때문인듯.^^

    1. 이 사진 올리고 난 뒤, 날 너무 좋아하는게 역력한 미소라며, 내 사진도 그녀를 보고 이렇게 웃고 있는 걸 올리라며 태클을 걸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희도 어제 아는 사람 집에서 함께 축구를 보며 고래고래 고래고래(두 부부라 고래가 네 마리) 소리를 질렀죠.

  2. 저도 그 경기보고 흥분된 상태에서 잠들었더니 꿈에서까지 히딩크가 나와서 그 특유의 어퍼컷을 날리는데.. 제 턱이 아프더군요. 혹시 아내가 절 가격(?)한 것을 착각한건지..
    모르겠지만…

    1. 어릴 땐 발톱에서 피가 나오도록 축구를 했었는데 도시로 오고나선 그냥 걷는 거랑 자전거 타는 거 밖에는 달리 좋아하는게 없어진 거 같아요. 몇년 전에 고향 친구들 만나 축구를 했는데 거의 헛발질만 하다가 오고 말았죠. 대신 입으로 아는 척 하는 건 무지 잘해요. 저는 이제 발은 죽고 입만 살은 거 같아요.

  3. 호주의 히딩크가 일본을 무너뜨렸습니다.
    동원님도 축구 좋아하세요? 왠지 운동도 잘 하실 것 같은데..

    1. 저도 어제 그 게임은 보았죠.
      마지막 순간에 너무 신났었죠.
      운동은 잘 못해요. 제일 잘하는 건 걷기 운동. 뛰는 건 싫어하는데 걷는 것은 한 10시간 정도도 마다않고 걷곤 합니다.
      아, 그리고 수영은 무지 좋아해요.
      오늘 저도 아는 사람 집에서 모여 응원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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