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새였어.
작은 나무 하나쯤은 날개짓 한번으로 훌쩍 넘고,
날개짓 세번이면 산의 중턱이 벌써 내 밑으로 내려다 보였지.
바람부는 날이면
사람들은 잔뜩 옷깃을 여미고 몸을 가누기에 바빴지만
바람은 나에게 투명한 말이었지.
나는 그 말에 올라타고는 갈기를 부여잡고 신나게 하늘을 갈랐어.
그렇게 새의 영혼으로 살다가
나는 당신을 만났어.
그때 나는 새의 본능을 버렸어.
새의 본능이 뭐냐구?
그거야 시도 때도 없이 항상 날고 싶어하는 욕망이 새의 본능이지.
당신을 본 순간, 나는 내 속에서
새의 본능이 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나는 날고 싶은 욕망을 버리고 당신에게 깃들고 싶었어.
당신은 그런 내게 가슴을 열어주었고,
나는 당신의 가슴에 둥지를 틀었지.
그리고 당신의 가슴에서 십수년을 살았어.
근데 어느 날 아침 깨어나 보니
당신에게 깃들 때는 분명히 둥지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당신의 가슴이 가는 철사로 엮어놓은 새장이 되어 있었어.
둥지와 새장은 왜 그렇게 다른 거야.
둘 모두 얼마든지 새가 살 수 있는 곳인데
둥지는 포근했지만 새장은 갑갑했어.
둥지도 모두 속이 들여다보이고,
새장도 가는 철사들 사이로 속이 숭숭 뚫려있었지만
그러나 둥지에선 날아오를 수 있는데
새장 속에선 날개를 펼 수가 없었어.
둥지일 땐 당신에게 깃들지만
새장일 땐 당신에게 갇히는 것이었어.
당신에게 새장의 문을 열어달라고 했어.
당신은 문을 열어주면서 아주 슬퍼했지.
당신이 슬퍼하니까 내 마음도 아팠어.
하지만 오랫만에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본 기분은 너무도 좋았어.
당신의 새장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새장 속이 온통 당신의 눈물로 촉촉히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날부터 나는 하늘에 대고 빌었어.
새장 속에 갇혀살면서 세상을 날도록 해달라고.
내가 하늘에 대고 빈 것은 하늘이 아주 넓기 때문이야.
그렇게 넓으니 그 하늘의 어느 한구석에 내 소원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았거든.
하늘이 좁았다면 전혀 빌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또 다행스러운 것은
곰이 하늘에 빌어서 여자로 환생한 전설이 있다는 거야.
그건 들어주기에 아주 어려운 일 같았어
그 정도를 들어주었다면 내 소원도 들어줄 같았지.
어느 날 깨어보니
나에게서 새는 지워지고 나는 작은 불꽃이 되어 있었어.
오, 나는 그녀의 새장 속에 살면서
이제 빛으로 일어날 때마다 슬그머니 세상으로 새어 나갈 수 있었어.
그러니 내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난 그렇게 처음엔 당신의 가슴에 깃든 새였다가
어느 날부터는 당신의 가슴에서 흔들리는 작은 불꽃이 되었어.
2 thoughts on “작은 불꽃이 된 새 이야기”
너무 분위기있네요.^^
실제 나뭇가지는 아니고 청동이나 철사로 만든건가요?
참 이쁘네요.
녜, 짐작하신 대로예요. 나뭇잎들도 모두 쇠로 만든 거랍니다.
지난 번에도 이 앞에서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동생들이 내 생일이라고 30mm 렌즈를 하나 사주었죠. 기념으로 그거 들고 나가서 찍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