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마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마을은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그러나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에도 산수유 마을이 있다.
지리산의 산수유 마을에는 못미치지만
오후 늦게 집을 나서도 가볍게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산유수 꽃이 아니라 산수유 눈이었다.
노란 눈이 예뻤다.
엉덩이가 시렸을까.
화분 하나가 엉덩이를 햇볕에 말리며 그림자를 끌고 있었다.
산수유가 일렬로 늘어서면
노란빛이 일제히 쏟아져 내린다.
2대가 같이 살다.
열매가 1대, 꽃이 2대.
노란색으로 세상 칠하기
밭에 무엇을 심어도 노란색으로 물들지 않을까
밭이랑은 모두 산수유 나무 밑으로 모인다.
밭이랑 사이로 산수유 꽃의 향기가 흐른다.
가까이 가면 부채살처럼 퍼지는 꽃들이
향기도 함께 피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수유 꽃은 노랗지만 열매는 빨갛다.
그 열매 속엔 대추씨보다 더 단단한 씨앗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그 씨앗은 버린다.
곳곳에 노란 잉태를 꿈꾸는 그 씨앗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나무는 대지의 실핏줄.
그 끝으로 생명의 꿈을 실어나르며,
그 푸르른 꿈으로 하늘을 파랗게 물들인다.
누가 벗어놓은 휴식일까.
주인이 집으로 간 저녁에도 휴식은 내내 계속되고 있었다.
목련의 순백을 바라볼 때마다 그 속이 궁금했다.
오늘 그 속을 깊숙이 들여다 보았다.
처음에는 산수유 나무 사이로 돌아다니며
나무가 겨울을 이기고 피워낸 꽃의 향기에 취했는데
그 끝에서 결국 산수유 동동주의 맛에 취하고 말았다.
할머니 묵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곁에 있던 파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전을 부치다 말고 버선발로 그냥 옆으로 오셨다.
“아니, 할머니 신발 신으셔야죠” 했더니
“돈 버는 일인데” 하셨다.
푸훗, 웃었다.
1년에 한차례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가우신 눈치다.
전은 공짜로 주셨다.
전이 아주 맛있었다.
4 thoughts on “이천 산수유 마을”
해마다 산수유가 필때, 잎이 다 떨어지고 빨간 열매만 맺혔을때
횡하니 다녀오곤 했는데, 작년 올해 봄이 오는지도 모른채 코 박고 삽니다.
올해는 한가지에 집중. 모든 여행은 내년으로 미루자 그러고 살았는데
퇴근길 백사라도 다녀와야할까 봅니다. 축제 끝나고 한가한 평일 오후에요.
그곳을 백사라고 하는 군요.
저는 그냥 이천 산수유 마을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저에겐 산수유 꽃은 항상 제 기억을 끌고 전남 구례로 내려가요.
다녀 오시면 꽃구경 시켜주세요.
또 지리산의 산수유는 여행길에 만나는 것이지만
사실 이천의 산수유는 여행길에 만나는 것이라고는 할 수가 없지.
여행은 사람의 마음가짐을 달리 만드는 것이니까.
그래도 나의 발이 되어 준 덕분에 좋은 사진찍었어.
고마워.
산수유나무는 돌담과 파란하늘이 같이 놓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지리산의 산수유는 낮은 돌담과 지리산으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 그리고 지리산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주 제격이다.
이 모두가 어우러져야 긴 겨울 끝에 오는 산수유의 노란빛이 더욱 빛나서 눈부신다.
겨우내 한자락 볕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따뜻하지만 코끝시린 바람 그리고 노란 산수유…
그 볕을 한번 쐰 사람은 매년 그리워하게 된다. 겨울 끝자락에 봄을 맞으면 언제나 보고 싶은 얼굴처럼…
이천의 산수유가 2% 부족한 건 그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