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춥고 추우면 입이 얼어붙는다.
봄이 오면 얼었던 입이 풀리고,
그럼 가장 먼저 재잘대며 봄을 노래하는 것은 계곡의 물이다.
팔당의 예봉산을 내려오다
몸을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던 완강한 중력의 힘이 맥없이 풀리며
산을 다 내려왔다는 느낌이 완연할 때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숲에 가려 계곡은 보이지 않았으나
물의 노래 소리는 가지 사이를 헤치고
내게로 날아들어 귓전을 적셔준다.
후후, 겨우내 꽁꽁 꿰매고 사셨던 입이 이제야 풀리셨군.
한참을 또 내려가자 그저 소리로 내 귓가를 적셨던 계곡이
적잖이 몸집을 불린 뒤 노래 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하는 물결 위로
오늘은 저녁해가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오늘 계곡물은 저녁해의 노래 신청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햇볕이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는 것을 보니
저녁해는 반짝반짝 작은 별을 신청했나 보다.
계곡을 내려가며 물은 졸졸거리는 목소리로
열심히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불러주고 있다.
물론 내가 아는 작은 별과는 곡조가 영 다르기는 했다.
저게 반짝반짝 작은 별이 맞나 싶었지만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을 보니 노래임엔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