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역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잠시 동생 사무실에 들렀다.
그곳에 들릴 때면 정해진 일정처럼 마포의 한강변을 돌아본다.
성산대교 밑에서 잠시 어정거렸다.
객관적인 자료를 동원하면
그것은 그냥 서울 도심과 강서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이지만
어제는 그런 현실이 그 자장 속에 내 시선을 묶어두지 못했다.
다리는 허공의 길이다
-이원
시인의 짧은 한마디는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 얘기 속에선 다리가 허공으로 길을 트는 자유를 갖는다.
그 자유의 느낌이 거짓말같이 느껴진다면
시선을 내리고 다리의 다리에 초점을 맞추어 보시라.
이제 길은,
물길을 헤치고 땅속 깊숙이 다리를 내린
육중한 교각의 현실적 하중에 꽁꽁 묶여있다.
그러나 그 자유를 받치고 있는 것이
곧 세상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결국은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비루한 삶이다.
성산대교의 다리 밑을 올려다보자
그곳에서 철골은 우리네 삶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자유는 강인한 체력에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다리의 근육은 완강하고 우람하다.
붙박힌 구속을 뿌리치고
언젠가 성산대교가 두 날개를 휘저으며
자유롭게 날아오를 날이 있을까.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성산대교를 건넌다.
그는 숨었다 나타났다,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길을 가고 있었다.
저녁 햇볕 속에서 그가 반~짝, 반~짝 하는 느낌이었다.
버스는 꼬리를 감추면 머리가 완연하게 드러나고,
머리를 감추면 꼬리가 길게 남았다.
버스의 반짝반짝 놀이는 실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