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손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일본으로 떠난 딸이 남겨놓고 간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화상통신으로 마주앉은 둘이 얘기를 나눈다.
그녀: 딸! 엄마, 매니큐어 칠했어.
엄마는 이제 매니큐어 칠할 시간도 있다.
딸: 난 요즘은 매니큐어 칠할 시간도 없어요.
집에서 함께 살며 공부할 때,
딸은 가끔 시간을 내서 매니큐어를 칠하곤 했었다.
알고보니 그 시간이 저희 엄마가 내준 시간이었다.
매니큐어 칠할 정도의 시간이라고 하면
아주 짧은 시간처럼 여겨지지만
그 짧은 시간은 여유의 시간이어서
누군가 딸에게 많은 시간을 내준 뒤끝에서야 겨우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니 딸이 매니큐어 칠할 시간을 누렸다는 것은
저희 엄마가 그것의 몇 백배 되는 시간의 분주함을 스스로 감당하며
미리 딸에게 많은 시간을 챙겨주었다는 소리가 된다.
딸도 알고 있는 듯하다.
매니큐어 칠할 시간도 없이 분주한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이
엄마가 챙겨주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분주함이
예전에 엄마가 챙겨주던 시간을
스스로가 챙기면서 오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딸에게 시간을 챙겨주고
그 시간 속에서 딸은 가끔 손에 매니큐어도 칠해가며 여유롭게 성장을 한다.
세상의 엄마들은
딸에게 참 별걸 다 챙겨준다.
심지어 매니큐어 칠할 시간까지.
4 thoughts on “그녀와 딸의 매니큐어”
품 안의 자식은 품 안에 자식을 품어봐야 그 심정을 아나 봅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엄마가 옆에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군대도 엄마랑 같이 가면 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ㅋ
아이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상당히 놀라는 눈치예요.
저도 좀 놀라고 있어요.
그녀가 제 엄마는 아닌게 분명한 것도 알게 되었구요.
딸이 떠나보니 역시 그녀는 제게 있어선 여자더라구요.
메니큐어 색깔이 참 곱네요.
따님이 엄마에게 주고 간 색깔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엄마와 딸만의 교감을 누릴 수 특별한 ‘빛깔’이 아닐까 싶어요. 날마다 손톱에 칠해져 있는 메니큐어의 색깔을 보면서 아주 가까이서 엄마는 딸을 느낄 수 있겠지요.
집에 있을 때도 저 칠할 때 엄마도 칠해주곤 하더라구요. 애 엄마는 옷집 앞을 지날 때면 아이 생각이 나는가 봐요. 조거 입히면 예쁠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는 아이 귀걸이를 사가지고 들어왔더군요. 여름옷 보낼 때 보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