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자전거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정확히 내 시선을 끌어간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의 색이었다.
그 자전거의 노란색이 순식간에 내 시선을 가져갔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 베네통이었고,
그 노란색의 컬러는 그냥 노란색이 아니라 베네통의 컬러였다.
색도 음과 같아서 색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에겐
그 폭이 섬세하게 나뉜다.
난 귀가 둔해 도와 레를 구별하지 못하지만
귀가 예민한 자들은 도와 레를 정확히 구분해낸다.
색도 마찬가지이다.
다같은 노란색 같은데 색을 구별하는 눈에는
그 색이 완연하게 구별선을 갖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그런 점을 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는
앤디가 입고 있는 스웨터의 색을 가리켜
그게 다 같은 블루(blue)로 보여도 그냥 블루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그건 터키옥(turquoise)의 블루가 아니라 청금석(lapis)의 블루이다.
그러면서 그 블루를 실제로는 짙은 청색이라고 정리한다.
미란다는 그 색의 기원을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발표한
짙은 청색의 가운에서 찾는다.
바로 그때 그 색이 세상에 태어난 셈이고,
계속 미란다의 설명에 기대보면
그 색은 입셍 로랑의 군용 자켓을 거쳐
여덟 명의 디자이너들이 발표하는 콜렉션에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는 백화점으로 파급되고 결국은 캐쥬얼 코너에까지 나타나기에 이른다.
색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색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블루는 그의 색이었고,
그 색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색이 되었다.
노란색을 누가 소유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베네통의 노란색 자전거 옆을 지나면서
그 색에 눈길을 빼앗기고 나자
그 색은 베네통의 소유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도 갖지 못하지만
그러나 색을 아는 자는 색을 가질 수 있다.
아무도 갖지 못하지만
그러나 음을 아는 자는 음을 가질 수 있다.
색과 음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세상엔 그 색과 음을 가질 수 있는 자들이 있다.
12 thoughts on “노란색 자전거”
수석을 취미로 가진 선생님이 비슷한 말을 하시더군요.
같은 돌이지만 문외한은 그냥 지나치지만
수석가는 진면목을 알아보고 수집을 한다네요.
저는 색에 문외한이라 그냥 자전차로 보입니다.ㅎㅎ
저도 색과 음에 문외한인데 그래도 눈과 귀를 끄는 색이나 음은 있더군요. 그것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봐서 그렇지 직접 보셨으면 눈길이 갔을 거예요.
스페인에서 보니까 일정액을 선불로 내고,
버스카드처럼 가져다데면 자전거를 무인으로 빌렸다가, 돌려 놓을 수 있는 곳이
많더군요. 사람들도 많이 타고 다니고. 저도 집사람하고
빌려서 지하철대신 타고 싶었는데, 어떻게 빌리는지 몰라서 못 빌렸는데,
한국에도 자전거를 대중이 쉽게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한국도 그런 걸 한다는 말은 있는데 언제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스페인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니 어디인들 즐겁지 않으랴 싶긴 하지만요.
저는 6월달에 제주도 여행갈 듯.
따님도 뵙고할 겸 일본으로는 안가시나요?
제주도도 많이 비싸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지만,
여행에서는 별 감흥은 못 느끼는지라..
아마도, 6월에 또 캐나다에가서 살 집찾고, 영국 집 정리하고
할 생각에 아마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스페인은 4년전에는 좋았는데, 이번엔 그냥..그냥..이랬네요.
제주도는 동생이 비행기표를 끊어줘서 그냥 가는 거라서요.
몸만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저기 세계적으로 다니시니 여행에 감흥을 못느낄만도 하죠.
저는 아직 바다건너 가본 것이 제주도 두 번이 전부예요.
여행에 많이 감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죠.
일본은 6월에 제주도 갔다온 뒤에 애 엄마만 보내려구요.
저야 가도 애가 저를 챙겨야 하는데 애 엄마는 애한테 밥이라도 해주고 오니까요.
아버지의 입장은 다 비슷한 것 같네요.
저희 어머니도 제 유학 기간동안 자주 저를 보러 오셨지만,
아버지는 늘 한국에서 계셨죠.
저도 이번주와 다다음주만 빼고는, 집사람만 처형과
여행을 보내려구요. 공부해야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사실 돈이 없어서… =)
나중에 애가 생기면, 그때도 아마 애 엄마만 보내지 않을까 하네요.
저도 돈이 없어서…
보고 싶기는 한데 사실 엄마는 해주는게 많은 데 아버지는 만나도 별로 해줄 수 있는게 없어요. 딸이다 보니 더 그런 거 같아요. 뭐, 제가 가면 사진이나 잔뜩 찍어가지고 오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
유색은 뻘건색?
막내냐?
오빠의 색은 뻘건색이 아니고 로즈레드라고 할 수 있지.
이번에 큰아이 두발자전거를 사려고 할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자전거가 바로 저거였어요.
저놈을 마음에 품긴 했는데 금액이 두배 이상이라
포기하고 핑크색 자전거를 구입했거든요.
그런데 핑크색 자전거를 본 큰딸내미 하는 말이
자기는 노란색이 가지고 싶었다고 하더라구요.
데리고 가서 샀더라면 큰일날뻔 했지요..^^;;
그래서 더 미련이 남는 노란색 베네통자전거에요….
그거 보면 참 색깔 하나가 대단하죠.
디자이너들은 다들 색깔의 소유자인 거 같아요.
저는 색깔 감각이 아주 촌스러워서
색깔을 잘 쓰는 디자이너들 보면 경이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