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숲길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23일 김포 고양2리 산새마을에서

숲길을 걷습니다.
낙엽들이 깔린 길입니다.
바삭하게 잘 마른 낙엽들이
몸에 몸을 포개고
엎드리거나 누워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로 소스라치게 일어나
앞으로 옆으로, 혹은 뒤로 흩어집니다.

오늘은 그 길이 비에 젖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로 일어나던 그 길이
오늘은 일어나는 소리를 곧바로 틀어 막으며
황급히 입을 막습니다.
내 걸음은 여전한데
오늘은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죽입니다.
내 걸음을 꿀꺽 삼키며
길이 조심스럽게 앞을 엽니다.

숲길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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