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장미는
아주 도도하기 이를데 없었다.
몸은 밑으로 내려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가 싶었지만
머리를 빳빳이 세운 장미의 시선은
푸른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눈길 한번 얻을 수 없었다.
꽃이 피자 장미는
빳빳이 들었던 시선을 내려
이제 내게 눈을 맞춰 주었다.
유난히 목이 가는 우리 집 장미는
꽃이 핀 뒤로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는
목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내게 눈길을 준 것은
그 가늘고 연약한 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그저 눈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조금 있으면 이제 장미는 내게 날아들리라.
꽃잎을 모두 던져 내 가슴으로 날아들고
내 발에 잎맞추리라.
한때 눈길 한번 얻을 수 없었으나
기다리다 보면 나는 얻을 수 있으리라.
그 황홀한 붉은 잎맞춤을.
2 thoughts on “장미 4”
그러게요… 무척 도도한 듯해도 사실 사랑을 바라는 마음은 다른 꽃들과 다를바 없는 듯하지요.
그 마음을 안다면 목을 늘어뜨리기전, 꽃잎을 다 던져 발에 입맞추기전, 까치발로 고개들어 꽃송이에 얼굴을 갖다댄다면 그 아름다움에 걸맞는 예우를 다하는 일일듯~
까치발 정도로는 안되고 사다리가 필요해요. 꽤 높이 있거든요. 어찌나 도도한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