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많이 예뻐졌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녀: 어쩐지 너무 예뻐졌더라니.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반응했다.)
큰고모: 원래부터 예뻤잖아.
(가족이 되면 판단력을 상실한다.)
나: 그래도 내가 미모하나는 확실하게 물려주었구나. ㅋㅋ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되긴 하는 군.)
딸아, 원래 오른쪽으로
아빠의 어깨랑 팔 한쪽이 걸쳐 있었는데
네 미모 확실하게 해주기 위해
이 아빠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아빠를 지웠단다.
지우는데 한 시간 걸렸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엄마 아빠는 너를 키우면서
네 곁에 엄청난 우리의 자리를 마련한단다.
그리고 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길 즈음에
슬슬 그 자리를 지워가기 시작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너무 힘들어지거든.
그래서 한시간 동안 아빠의 자리를 지웠단다.
아주 쬐끔 서운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네가 이제 다 컸다는 생각에 뿌듯하더구나.
남자 친구를 사귈 때는
항상 잘 생겼나를 제일 먼저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선 네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더구나.
물론 네 남자 친구는 사상 최고의 횡재를 한 것임에 틀림없다.
누가 그러는데 자신은 남자 만날 때 학력 차별하지 않고
얼굴만 본다고 하더라.
학벌 사회의 병폐를 얼굴로 타파하자.
엄마 아빠가 그랬느니라.
다른 건 안보고 얼굴만 보고 사랑했지.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남들의 생각이 좀 다르기는 하더구나.)
학교 같은 건 전혀 따지지 않았다.
너도 학교나 집안 같은 거 따지지 말고 얼굴만 보도록 해라.
아빠는 요즘도 여자를 볼 때는
학력 차별하지 않고 얼굴만 보고 있다.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고
설마 아빠를 생긴 것에만 집착하는 속물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
우선 순위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난 사랑해서 예뻐보이는 것인지
예뻐서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는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분명 예뻐서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은 많이 사랑하나보다고 말할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굴만 보라는 아빠 얘기는 속물스런 얘기는 아닌 셈이다.
너의 사랑에 행운을 빌어주고 싶다.
딸, 부디 너의 사랑에 행운있기를.
4 thoughts on “딸의 미모”
지움이 아니라 비움일지도…
지우면 너무 섭섭해 집니다.
아니, 오히려 비우는 게 어렵나요.
계속 옆자리를 지켜 주어야 하면 그건 더 골치 아픕니다.
아, 이뿌다.
저 웃어도 새초롬한 도도함의 매력이라니….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잘 모르지만 아이의 옆자리에서 나의 흔적을 지우는 일.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많이 배우고 있고요.
예전에 호가 ‘외학’이라는 선배가 있었어요.
자기는 여자를 볼 때 외모하고 학력 밖에 안본다나.
그래서 자기를 이름대신 호로 불러달라 했지요.
그 선배의 최종선택이요?
‘와, 저 선배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는구나’ 이거였죠.ㅋㅋ
어제는 자기 얘기에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오픈 된다며 블로그 포스팅에 강력 제동을 걸더군요. 자기 사진까지는 봐주겠는데 친구들 사진은 올리지 말라며… 그 개인 정보에 자기가 다니는 대학 이름도 포함시켜서 그게 무슨 개인 정보가 되나 싶었죠. 일단은 내가 그 정도는 독점 공개권을 보장하라고 시위를 했지요.
이제는 완전히 독립한 느낌이예요. 알바해서 돈도 벌고 하니까 정말 다 키운 거 같어요. 나중에 취직하면 그때 포스팅 한번 허용한다고 해서 아무래도 그때까지 딸 포스팅은 어려울 듯. ㅜㅜ
우리는 다 예뻐서 결혼하는데 남들은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생각한다니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