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허수아비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거기서 뭐해?

응, 저기 저 나무 찍어?
저 나무 여기서 유명하잖어.

가까이 가서 찍지 왜.

허수아비가 지키고 있잖아.
두 눈 부릅뜨고.

뭐?
걔는 나무가 아니라 벼를 지키고 있는 거야.

무슨 얘기야.
요즘 누가 벼를 지키냐.
수매값이 떨어져서 벼가 다 자란 논도 갈아엎는다는 데.
농촌을 홀라당 다 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이 시대에
허수아비가 벼를 지킨다니
그 무슨 오래 전에 전설이 된 얘기를 아직도 믿고 있고 그래.

4 thoughts on “나무와 허수아비

  1. 며칠전에 이야기했던 반했었다는 간송 미술관에 전시됐던 김홍도의 도석화, 염불서승이 뒷모습에 관한 이야기였답니다. 군더더기 살이라고 단 한점도 없는 좌선 삼매에 빠진 노승의 뒷모습…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염불서승도가 생각나서요.

    벼를 지키지 않는 허수아비, 논을 갈아 엎는 농부, 땅 갈아 엎었다고 출석 요구하는 경찰… 다 대한민국의 현실, 바로 지금의 얘기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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