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로는 잠자리.
영어로는 드래곤플라이(dragonfly).
잠자리란 말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잠자리하면
가을 하늘을 떠다니다
아무 곳에서나 날개를 접고 휴식을 취하는
작은 잠자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영어로 보자면 드래곤플라이,
즉 용과 파리의 결합이니
잠자리에서 파리처럼 작은 용을 떠올렸나 보다.
이름의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
우리는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없으니
온전히 잠자리란 이름이 잠자리의 것인데
영어로는 용파리이니 용과 파리의 느낌에 얹혀 있다.
나라마다 말이 다르고
말은 또 느낌을 달리한다.
말 때문에 종종 서양의 눈으로 포착된 대상이
이해가 되질 않곤 한다.
내가 활동하는 한 사진 사이트에서
근래에 엘리베이터라는 주제로 사진을 공모했다.
나는 밤에 마치 길게 꼬리를 끌고 날아가는 혜성처럼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는 투명 엘리베이터의 사진을 올렸다.
누가 보나 엘리베이터이다.
그런데 누군가 늘씬하게 뻗은 여자의 다리 끝에 신겨져 있는
하이힐 사진을 그 주제 아래 올려놓았다.
흑백 사진이었다.
나는 잘못 올렸다고 생각을 했다.
아마 내일쯤 운영진에서 삭제를 하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다음 날, 여전히 그 사진은 건재했고,
누군가 그 밑에 아하, 뭔말인지 알겠다고 코멘트를 적어놓기까지 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난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는 수밖에.
elevator와 그 사진의 제목인 Black heels로 검색을 했다.
그 결과 내가 알게 된 것은
키높이 구두를 영어로는 elevator shoes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아하, 그게 그런 거였어.
나라에 따라 말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고,
말에 따라 대상의 느낌도 많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가 모두 감수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4 thoughts on “용파리와 잠자리”
서양 아그들이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는 것이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용을
재들은 잠자리에다 붙여 놓았으니 말입니다.
또 어찌보면 툭 튀어나온 눈이 용같기도 해요.
다음엔 나두 키높이 구두를 엘리베이터 구두라 해야겠다.
괜히 센스있어 보이잖아.^^
서양애들은 사마귀 권법이라든가 잠자리 자세를 무자게 신기해 하는 것 같어.
저 자세가 좀 우아한가.
그러니 드래곤플라이라고 하지.
그나저나 잠자리가 순 우리말인가?
어원이 궁금하긴 하네…
말이 달라서 재미나기도 해.
모두 같다면 좀 지루할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