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좌우로 열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2일 서울 지하철 강동역에서

모든 문은 좌우로 열린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다
불현듯 그 사실을 깨닫는다.
어, 우리 집 문은 한쪽으로만 열리는데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문도 사실은 정확히 반을 나누어 좌우로 열리는 문이다.
다만 지금은 한쪽 문이 다른 쪽 문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모든 문은 좌우로 열린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나라에서 문은
언제나 오른쪽으로만 열렸다.
너무 오랫동안 오른쪽으로만 열리다 보니
우리는 문이 고장났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냥 다들 문은 언제나 오른쪽으로만 열리는 것이려니 하고 살았다.
그러다 하나 둘
문은 좌우로 열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결국 힘을 모아 왼쪽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에선 잠시,
문이 좌우로 열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는 그때 좌우로 동시에 열리는 문에 감격했었다.
그러나 그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좌우로 모두 열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문을 크게 갈망했지만
막상 문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하자
금방 오른쪽만 문이 열리던 시절을 잊어버렸고
그 망각은 결국 그냥 문이 좌우로 다 열리나 오른쪽으로만 열리나
그냥 문으로 들어가고 나올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사람들만 탓할 것은 못된다.
왼쪽 문을 열기 위해 많은 애를 썼던 사람 중에 상당수가
어느새 오른쪽으로 가서 오른쪽 문을 열심히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 끝에서 어떤 미친 놈이 이상한 제안을 내놓았다.
좌우로 문을 여닫으면 낭비가 많아지니
실용적 차원에서 오른쪽 문만 열고 닫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는 사람들도 정신이 나갔는지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말았다.
사람들은 다시 오른쪽문만 여닫는 10년전의 세월로 돌아가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제안을 한 놈이 미친 놈에다 사기꾼이란 것을.
열차는 우리를 싣고 달리고 있다.
역마다 서서 문을 열지만 이제는 오른쪽 문만 열리고 있다.
우리는 문이 좌우로 열렸을 때 실수를 했다.
그때 오른쪽 문을 아예 폐쇄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오른쪽 문을 열어주며
좌우의 시대로 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랴.
이미 지나간 일인 걸.
한번의 실수가 최소한 5년은 가는 세상이다.

4 thoughts on “문은 좌우로 열린다

  1. 문을 폐쇄했던 시대도 있었는데요 뭘.
    그때는 고속버스에서 담배피던 시대였을 겁니다.
    그 시절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큼 거슬러 올라가지도 않는데
    어쩌면 우리는 야수성을 잃어버리고
    사육당하는 체질로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문을 박차고 우리를 뛰쳐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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