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상봉

Photo by Kim Dong Won

세월 좋은 세상에서 살다보니
딸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살아도
전화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얼굴도 볼 수 있다.
입고 있는 옷을 보고
“어, 못보던 옷이네”하면서
마치 곁에 있는 듯 얘기를 나눈다.
매일 저녁 iChat으로 문자 몇 개 주고 받는 것도
거의 일상이 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곁에 두고 사는 것이라 할 법도 한데
여전히 아쉽다.
나라 안에 두면
어디에 있어도 곁에 둔 것 같은데
나라 밖에 있으니
얼굴을 봐도 아쉽기만 하다.
거리가 너무 멀면
멀쩡히 앞에 두고 보면서도 보고 싶게 된다.
보고도 채우지 못하는
멀고먼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벌써부터 빨리 겨울 방학이 왔으면 싶다.

12 thoughts on “원격 상봉

    1. 아니요, 아직은…
      이건 구형 24인치 아이맥이예요.
      제 동생 거예요.
      바로 옆에서 일하기 때문에 딸이 접속하면 이용하곤 하지요.
      당분간 아이맥보다 아이폰으로 관심이 이동할 거 같아요.

  1. 삶의 질 혹은 문명의 이기가 확연히 드러나는군요.
    저희집 컴퓨터는 남편에게는 수준 낮은, 아이에게는 약간 수준 있는 게임기인데
    온갖 벌레들이 침범하여 켜지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안 고치고 있답니다.
    바이러스 치료할 줄도, 포멧 할 줄도 모르는 기계치가 사는 집이니
    저런 장면은 거의 공상과학영화 수준입니다.
    예쁜 따님 올 때가 되었네요. 좀 더 있어야 하나요?

    1. 한참 있어야 합니다.
      학기가 우리보다 한달 늦게 시작하고 한달 늦게 끝나거든요.

      저희는 어디가면 집구석 컴터에 접속해서 일을 하고 있지요.
      인터넷 되는 곳이면 어디나 집으로 팔을 뻗는다는.
      컴터가 24시간 풀가동되는 이런게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2. 상봉터미널이 이름은 참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군인 아자씨들은 열이면 열 모두 내리자마자 공중전화로 가더군요.
    그런 심정이시겠어요.

  3. 전 이제 forest님 앞에서 입다물고 살아야 할까봐요.
    한나라도 아니고 한지붕 아래서 살고 있으니
    뭔소린들 염장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 저나 맥화면이 크고 화질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4. 방학이면 볼 수 있게 되는군요.
    부인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왜 아이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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