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를 앞에 놓고 벌어진 그녀와의 대화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2월 30일 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의 한 칼국수집에서

눈풍경을 찍겠다고 나서서 청평으로 가다가
그녀와 함께 길가의 칼국수집에서 식사를 한다.
칼국수 속에 새우가 들어있다.
그녀가 묻는다.

그녀: 새우는 뭘 세우길레 만날 새우야?
나: 우리 모르게 뭘 세우나보지.
그녀: 그런 건 아닌 거 같어.
매일 세운다면서 꼬부라져 있잖아.
나: 꼬부라져 있으니까 세우는게 꿈이겠지.
원래 이루지 못하는 꿈을 담아 이름을 짓는 법이야.
그녀: 그래도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이름값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그런가. 그렇다면 혹시 밤새우는 거 아닐까?
그녀: 그런 날새는 소리는 하지 말고.
나: 날새는 소리가 뭐야. 이럴 때는 날새우는 소리라고 해야지.
그녀: 그래 그럼 날새우는 소리좀 하지마.

아무 죄도 없는 새우가
우리 사이에 끼어있는 죄로
졸지에 밤새웠다 날새웠다 하고 있었다.

16 thoughts on “새우를 앞에 놓고 벌어진 그녀와의 대화

  1. 참 아름다운 말빨입니다.
    경지에 오른 언어유희를 봅니다.
    함께 사시며 놀라운 소통을 하시는군요.
    새우로 밤을 새우며 세우신 말의 탑을 세어보면 셀 수 없을 만큼 새우들이 많이 나오겠는데요…ㅋ 저도 그냥 한번 센 척 해보았습니다.

    1. 이날 바지락은 그럼 왜 바지락이냐고 묻길레 하드락, 펑크락 같은 락의 일종이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건 좀 썰렁하다고 하더만요. ㅋㅋ

  2. 5 : 4 입니다 . 5 : 4
    동원님 한번만 더 선방하면 무승부 됩니다.
    저는 내용보다 몇대몇에 더 관심이 갑니다..이집 일은^^

    1. 네, 맞습니다. 시원한 역전의 만루홈런입니다!!
      1루 찍고 2루 돌아 3루를 걸친 뒤 그녀의 품으로 홈인했습니다.
      안타까울 거 전혀 없습니다. ㅋㅋ

    2. 익기 전엔 생새우였다오..친구는 깡군을 만나 새우깡이 되었다던데..난 아직도 이렇게 살아서 펄펄 뛴다우.
      참 잘한 선택인것 같소..

      중계방송하다가 갑자기 운동장으로 뛰어든 정신나간 아나운서 같소..제대로 낚였소.^^

    3. 음하하… 제대로 낚이셨소.
      새우가 만난 깡군에 대한 얘기는 오늘 새우깡 먹으면서 자세히 물어보리다. ^^

      이러다 우린 밤도 새우고, 날도 새우는 미친 새우가 될 것 같소. ㅋㅋㅋ

  3. 하여튼 두분 새우 하나로
    열흘도 새우실 수 있을듯 해요.ㅋㅋ

    눈길을 설설 기어다니는 차를 타고 가다가
    전륜, 후륜을 설명해주는 애아빠한테
    지민이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난 전륜은 모르겠고 정훈은 알아…!!
    (지 아빠 이름이 정훈이라지요..ㅋㅋ)
    요즘 완전 물이 올랐답니다..ㅎㅎ

    1. ㅎㅎ, 완전 아빠 살살 녹이는 지민이.
      기대하세요.
      앞으로 더 녹여드릴테니까요.
      다 크면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더라구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