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털어낸 나무는
무수한 팔과 손을 뻗어 허공을 잡고 있다.
나무가 거머쥐고 있지 않으면
허공은 멀리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린다.
허공은 너무 가벼워 놓는 순간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하루 종일 허공을 잡고 있기는 어려운 법,
밤이 되면 나무도 허공을 슬쩍 놓아 버린다.
허공은 밤새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것도 까마득히 높이 날아다닌다.
밤하늘이 더욱 까만 것은 그 때문이다.
새벽이 올 때쯤
나무는 하늘 높이 팔과 손을 뻗어
하늘 높이 날아다니던 허공을 슬쩍 잡아내린다.
나무는 또 허공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겨울에만 그렇다.
나무는 여름이 되면 잎을 손에 들고 논다.
그때부터 허공은 낮이나 밤이나 자유이다.
여름이 훨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름엔 우리도 허공의 자유에 물든다.
2 thoughts on “나무와 허공”
허공의 영역이 하늘에 닿았느냐, 허공과 하늘이 어찌 다르냐를
묻게 하는 사진이군요.
나무와 하늘, 겨울과 여름, 낮과 밤, 쥠과 놓음 등
짧은 글에 여러 생각거리들이 담겨 있네요.
그렇게 읽으신 분이 더 대단하시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대부분 읽고 말하는 입장인데
여기서는 쓰고 듣는 정반대의 입장이 되기도 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