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탈출강박증 환자이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탈출 중이다.
우리들이 그냥 드나드는 출입구도
그에겐 언제나 비상탈출구이다.
그는 느긋하게 걷는 법이 없다.
그는 언제나 뛰고 달리고 있다.
항상 탈출을 꿈꾸는 그가 어떻게
이 도시의 곳곳으로 스며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관에서, 지하철에서, 대형 쇼핑몰에서
항상 그와 마주치고 있으며,
이 도시의 밀폐된 공간 여기저기에 그가 출몰하고 있다.
나는 들어오는 그는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언제나 급하게 탈출 중인 그밖엔 보질 못했다.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는 식물성의 녹색인간이기 때문이다.
녹색인간에게 이 인공의 도시는 건조한 모래 사막이다.
그는 살려면 이 사막을 탈출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탈출하고 있는데도
정작 그가 꿈꾸었을 자연으로 가보면
어디에도 그가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가 탈출을 꿈꾸며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전혀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자연으로 간 그가 아예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 자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 도시의 밀폐된 공간 곳곳에서
그가 탈출하고 있다.
2 thoughts on “탈출강박증 환자 – 기호의 재해석 3”
쫓아가다보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요.
그렇게 사라진 걸 보면 도착한 곳이 엄청 좋은 곳인가 봅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양반을 보질 못했으니 말입니다.
분명 탈출구는 우리랑 똑같은데 어떻게 좋은 곳을 찾아가나 모르겠습니다. 뒤를 한번 캐보던가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