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강박증 환자 – 기호의 재해석 3

photo by Kim Dong Won

그는 탈출강박증 환자이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탈출 중이다.
우리들이 그냥 드나드는 출입구도
그에겐 언제나 비상탈출구이다.
그는 느긋하게 걷는 법이 없다.
그는 언제나 뛰고 달리고 있다.
항상 탈출을 꿈꾸는 그가 어떻게
이 도시의 곳곳으로 스며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관에서, 지하철에서, 대형 쇼핑몰에서
항상 그와 마주치고 있으며,
이 도시의 밀폐된 공간 여기저기에 그가 출몰하고 있다.
나는 들어오는 그는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언제나 급하게 탈출 중인 그밖엔 보질 못했다.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는 식물성의 녹색인간이기 때문이다.
녹색인간에게 이 인공의 도시는 건조한 모래 사막이다.
그는 살려면 이 사막을 탈출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탈출하고 있는데도
정작 그가 꿈꾸었을 자연으로 가보면
어디에도 그가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가 탈출을 꿈꾸며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전혀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자연으로 간 그가 아예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 자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 도시의 밀폐된 공간 곳곳에서
그가 탈출하고 있다.

2 thoughts on “탈출강박증 환자 – 기호의 재해석 3

  1. 쫓아가다보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요.
    그렇게 사라진 걸 보면 도착한 곳이 엄청 좋은 곳인가 봅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양반을 보질 못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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